내일의 눈

유통가 오너 2·3세의 '분명한' 역할

2023-12-22 11:24:19 게재
새해를 앞두고 유통대기업 인사가 한창이다. 주요 유통사들 오너 2·3세 약진이 눈에 띈다.

롯데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를 상무로 한단계 승진시켰다. 신 상무는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해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 담당 임원으로 발탁됐다. 이후 7개월 만의 승진이다.

CJ그룹도 10월 인사에서 이선호 경영실장을 CJ제일제당 식품 성장추진실 최고 책임자로 인사발령했다. 그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으로 2013년 CJ에 입사 후 2016년부터 CJ제일제당에서 근무했다. 2021년 연말 경영리더에 올라 식품전략추진실 전략기획1담당을 맡아 미주 지역을 총괄했다. 이 실장은 앞으로 글로벌 식품 전략 전체를 관장하게 된다.

오리온그룹 담서원 경영지원팀 수석부장도 최근 상무로 승진했다. 그는 오리온 담철곤 회장 장남이다. 2021년 7월 오리온 입사 이후 1년5개월 만의 승진이다. BGF그룹은 홍석조 회장 차남인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를 11월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홍 회장 장남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은 2020년 동생보다 먼저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들 인사에서는 주목할 만한 점은 대거 신사업에 배치됐다는 점이다. 신유열 상무는 롯데케미칼 신사업 발굴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호 실장 역시 CJ제일제당 글로벌사업을 주관하면서 전략기획 신사업투자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홍정혁 사장은 BGF에코바이오 대표와 BGF 신사업담당을 동시에 맡는다.

신산업 발굴과 글로벌시장 확대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오너 2·3세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파다. 글로벌 감각과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들에게 중책을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신유열 상무는 국적 문제가 있다. 현재 그는 일본인이다. 원활한 경영 활동과 향후 승계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신동빈 회장도 이중국적이 문제가 된 적 있었다. 이선호 실장은 향정신성의약품 소지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들 오너 2·3세들은 결국 스스로의 '능력'과 '성과'로 과거를 극복해야 한다. 글로벌 감각을 자질로 평가해 미래전략 사업을 맡긴 만큼 해당 기업을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대중들은 이들의 과거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우수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대중은 오너들의 어두운 과거를 잊고 진정한 경영인으로 인식할 것이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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