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0만㎢ 대륙붕 영유권 주장

2023-12-26 11:02:15 게재

북극해·베링해 등 수역

협약 비준없이 일방통보

미국이 캘리포니아주의 2배에 달하는 면적의 해저 대륙붕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미래기술의 핵심인 광물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약 100만㎢에 달하는 '연장 대륙붕(Extended Continental Shelf)'을 선언했다. 주로 북극과 베링해에 걸쳐 있는 이 지역은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곳으로, 캐나다와 러시아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 멕시코만에서도 확대 대륙붕 경계를 선포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기본적으로 연안국의 대륙붕 권리를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동일하게 연안 기준선에서 200해리(약 370㎞)까지 인정하지만, 자연적으로 이어진 지형임을 증명하면 최대 350해리까지 '연장 대륙붕'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대륙붕 경계를 기준으로 해저 바닥과 그 아래에 있는 천연자원에 대한 경제적 권리를 갖는다.

미 워싱턴 소재 우드로윌슨센터의 극지연구소 소장 레베카 핀커스는 "미국이 선언한 연장 대륙붕은 엄청난 영토"라며 "미국이 연장 대륙붕 경계를 발표하면서 해저 채굴이든, 석유·가스 임대든, 케이블이든 주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연장 대륙붕에 대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것이며 이를 다른 국가들에 알리는 데 본질적인 관심이 있다"며 "해당 지역의 서식지와 생태계, 생물다양성 및 자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어떤 광물이 채취될지 불분명하지만 미국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핵심광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바이든정부가 주요 국가안보 범주로 분류한 산업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미국 해군사관학교의 국제해양법 교수인 제임스 크라스카는 "미국 대륙붕에는 리튬과 텔루륨을 포함한 50개의 광물과 16개의 희토류 원소가 포함돼 있다"며 "이번 대륙붕 확장으로 수백㎞ 떨어진 해저와 심해에 있는 광물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인 2008년 실시된 미국 지질조사국의 평가에 따르면, 북극권 내부에는 약 900억배럴의 석유와 1670조세제곱피트의 가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주요 금속 등이 매장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정치는 대부분 육지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실제 잠재력은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선포한 연장 대륙붕의 절반 이상인 52만400㎢는 알래스카 북쪽에서 북극해를 향해 큰 쐐기모양으로 뻗어 있으며, 여기에는 해저 바닥에 대한 캐나다의 영유권 주장과 겹치는 지역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17만6300㎢는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의 베링해에 있다. 미 국무부는 "캐나다와 미국은 북극에서 해양경계협정을 맺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외곽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캐나다와의 경계 설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이 협약에 따라 각국은 EEZ나 대륙붕 내에 있는 모든 자원에 대한 경제적 권리를 갖는다. 러시아와 덴마크 캐나다는 유엔 지원 단체인 '대륙붕한계위원회(CLCS)'를 통해 중복되는 북극 해저 영유권 주장에 대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초 러시아가 처음으로 CLCS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미 국무부는 "향후 캐나다 바하마 일본과 영유권 주장이 겹치는 해양의 경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연장 대륙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엔해양법협약과 동일한 규칙을 사용한다. 바이든정부는 유엔해양법협약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드로윌슨센터의 핀커스 소장은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한 뒤 위원회를 통해 연장 대륙붕 주장을 하는 대신 일방적으로 경계를 설정하기로 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전세계 많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정부도 최근 태평양 섬 지역인 오가사와라제도 동쪽 EEZ 밖 약 12만㎢를 연장 대륙붕으로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미국과의 경계 조율이 진전됐다"며 "신속히 국내절차를 밟아 연장 대륙붕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2013년 유엔 CLCS로부터 해양 수역을 연장 대륙붕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권고를 얻어 이듬해부터 미국과 조율을 벌여왔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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