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사 문화여행 - 평창 이호순 지역명사

허브 재배하며 건강한 삶 가꾼다 … '마을살리기'에도 관심

2023-12-28 14:21:56 게재

허브나라농원에서 아름다운 풍경·별빛무대 공연·튀르키예박물관 함께 즐겨 … 명사와 함께하는 투어에 관람객들 호평

한국관광공사는 지역의 명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명사와 지역관광을 연계해 매력적인 지역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취지다. 관광객들은 그들이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영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체험을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좌절 고민 성공 등 삶에 대해 들으며 공감할 수 있다. 올해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은 7개 전담여행사를 선정해 관광상품 개발과 홍보를 진행했다. 2022년 대비 300% 이상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도 평창의 이호순 명사를 만났다.

19일 방문한 강원도 평창 허브나라농원에는 곳곳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허브나라농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허브농원을 만들고 관람객과 함께한 곳으로 '한국 허브산업의 발상지' '6차산업의 모범사례'로 주목받는다.

겨울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눈이 쌓여 색다른 풍경과 함께 유리온실과 허브박물관 터키박물관 만화의숲 등 다양한 실내 공간들을 즐길 수 있다. 이날 이호순 허브나라농원 원장(80)을 따라 허브나라농원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원장은 각 공간들에 대한 설명을 넘어 허브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와 마을살리기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19일 강원도 평창 허브나라농원 유리온실에서 이호순 지역명사. 사진 이의종


◆명사와 함께 둘러보는 허브나라농원 = 허브나라농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이 원장과 함께 허브나라농원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가장 처음 관람객들이 허브에 대한 설명을 듣는 곳은 허브박물관이다. 허브박물관은 허브의 정의에서부터 역사는 물론, 허브를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곳이다. 허브를 주제로 아내인 이두이 사장이 사진을, 딸인 이지인씨가 그림을 그려 곳곳을 장식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

미국의 허브협회는 해마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허브를 발표하는데 1위는 인삼, 2위는 마늘이다. 우리나라에서 허브를 떠올리면 보통 로즈마리 라벤더 등을 생각하지만 허브의 범위는 훨씬 넓다. 이 원장은 "당귀 황기 등 약초, 마늘 같은 향신료, 파 마늘 양파 등이 전부 허브"라면서 "상추쌈만 먹으면 삼겹살 맛이 조금 덜한데 깻잎 같은 향미채소를 같이 먹으면 훨씬 맛이 좋으며 향미채소들도 전부 허브"라고 말했다.

19일 눈이 쌓인 허브나라농원. 사진 이의종


그는 관람객들에게 허브가 향이 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삶의 교훈을 들려준다. 이 원장은 "허브는 척박한 땅에서 자라기 위해 먹을 것을 빨아들여 압축해 진수만을 저장을 한다"면서 "그렇게 자라다 보면 향기가 강해지고 벌레들도 꼬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자녀들이 뭘 사 달라고 하면 다 사주지 말라'고 설명한다"면서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사람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허브(HERB)를 중심으로 그가 생각하는 중요한 삶의 방식들을 설명했다. 'H'는 '건강한 삶'(Healthy life)을 뜻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걸어야 하고 일을 해야 한다. 'E'는 '맛깔스러운 삶'(Edible life)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허브는 향신료가 된다. 향미가 있는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맛을 알게 되고 건강해진다.

'R'은 '신나는 삶'(Refresh life)를 뜻한다. 일반 채소가 아니라 향미채소가 곁들여지면 맛이 새로워지는 것처럼 삶도 좋은 향이 곁들여지면 더욱 풍요롭다. 'B'는 '아름다운 삶'(Beautiful life)을 의미한다. 허브가 자신의 향을 나누는 것처럼 사람도 아름답게 나누는 삶을 추구할 때,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

이 원장은 "20여년 전 암에 걸려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웠는데 회복했다"면서 "허브와 함께하며 걷고 일을 한 덕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허브나라농원 안에 있는 튀르키예박물관. 사진 이의종


◆나누는 삶 보여주는 튀르키예박물관 = 허브나라농원의 계단을 따라 오르면 야외공연장 '별빛무대'를 만날 수 있다. 600여명의 관객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문세 가수는 여러 해에 걸쳐 공연을 했으며 공연을 한 이후에는 허브나라농원에서 한동안 머물다 가곤했다. 이처럼 허브나라농원을 즐겨 방문하거나 머물곤 했던 유명인들은 법정스님, 의사이면서 여러 책을 집필한 작가인 이시형 박사 등이 있다. 이들은 허브나라농원의 자연과 생명을 벗 삼아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고 글을 썼다.

공연장 바로 옆에는 튀르키예(터키)박물관 '한터울'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알찬 튀르키예박물관이다. 튀르키예의 각종 공예품에서부터 탈곡기 등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품까지 모두 튀르키예에서 이 원장 부부가 직접 들여왔다.

이 원장 부부가 튀르키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튀르키예에는 4만명이 넘게 사망에 이른 큰 지진이 났다. IMF 사태를 맞고 있던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위로금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중동전문가 이희수 박사를 중심으로 자발적 민간단체 '한터친선협회'가 만들어졌다. 이 원장 부부도 이 단체에서 활동했다.

이 원장은 "1999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7만달러를 튀르키예에 보냈는데 한터친선협회에서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벌여 240만달러를 모금해 전달했다"면서 "올해 튀르키예 지진 때도 11억원 가까이 모금을 해서 전달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브가 알려주는 나누는 삶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일찍이 '보고 즐기는 농업'에 눈을 떠 = 이 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아 농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공부를 잘 했던 그가 서울대 농대에 진학하겠다고 하자 부모와 선생님들이 반대했다. 주위의 만류를 이기지 못하고 서울대 공대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계열사 CEO 자리에 오른다.

50대에 접어든 1993년에 이르러서야 그는 귀농을 해 허브나라농원을 열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그를 도와준 사람은 아내 이 사장이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던 아내는 그와 함께 평창에 터를 잡았다.

1993년 허브나라농원을 시작할 때만 해도 허브를 재배하는 경관농업을 하고 관광지로 성장시킨다는 개념은 우리나라에 생소했다. 그렇지만 그는 일찍이 해외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니면서 짬을 내 다양한 농업 사례를 둘러보며 '보고 즐기는 농업'에 눈을 떴다. 그 덕에 그는 2008년 신지식농업인장 농촌관광부문 등 여러 차례 상을 수상했고 관련 강연 등을 여러 곳에서 해왔다.

그는 허브나라농원이 가야할 길이 궁극적으로 마을살리기에 있다고 믿는다. 재배농장에서 허브를 재배하고(1차 산업) 허브차 등으로 제조 가공해(2차 산업) 판매 서비스함으로써 관광과 문화 분야에 기여(3차 산업)하는 것이 1, 2, 3차산업이 함께 상승효과를 내는 6차산업의 의미다.

성공하는 6차산업이 되려면 농원이 존재하는 지역이 함께 살아야 한다. 그가 귀농을 한 이후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려 부단히 노력하며 효석문화제 등을 시작한 이유다. 마을살리기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는 자발성이 중요하다.

이 원장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농촌계몽운동에 관심이 많아 관련 활동을 많이 했다"면서 "전국민의 70%가 농민이던 시절, 함석헌 선생, 유달영 전 서울대 농대 교수 등이 농업을 살리는 데 몰두했고 그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귀농을 한 이후 지역의 관습에 맞춰 어울리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살리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효석문화제를 시작하던 당시 지역 주민들과 자발적으로 축제를 만들어 성공을 거뒀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할 때 마을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길 225 허브나라농원 www.herbnara.com
●가이드투어: 이호순 명사의 설명을 들으며 허브나라농원을 둘러본 후, 허브차를 마시며 명사와 담소를 나눈다. 40분 남짓 소요된다.
●팜투어: 1박 2일 동안 명사의 설명을 들으며 허브나라농원을 둘러보고 함께 식사를 하며 허브 만들기 체험, 숙박 등을 즐길 수 있다. 2~4명 단위로 예약을 받는다. 장평시외버스터미널이나 KTX 평창역에 내리면 무료로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가이드투어 및 팜투어는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한다.
●문의: 033-335-2902, 페이스북메신저(facebook.com/farmherbnara)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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