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중국 직접투자 비중 급감 … 대미 투자 첫 역전

2023-12-29 10:32:12 게재

올해 대중 투자비중 12%로 역대 최저

대미 투자는 전년 대비 9배 수준 급증

"대만, 대중국 경제적 의존 탈피 과정"

대만의 대중국 투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대만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여나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올해 들어 대만의 대중국 투자가 대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했다"며 "한 때 80% 넘었던 중국투자 비중이 줄어드는 데는 경제적 의존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대만 정부 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 대외직접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257억달러(약 33조13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중국 직접투자 규모는 29억달러(약 3조7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중국 투자가 전체 대외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3%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자유무역협정(FTA)에 준하는 경제협력협정(ECFA)를 체결해 경제적 교류와 협력을 이전에 비해 높은 단계로 추진했다. 대만은 중국과 협정을 체결한 2010년 대외투자에서 대중국 비중이 84%에 달할 정도로 역대 최대 수준을 보였다. 이후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졌지만 지난해도 34% 수준을 유지했다.

따라서 올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11.3%)은 역대 어느 해보다 빠른 속도의 감소이다. 이는 대만이 대중국 직접투자의 금지를 해제한 199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1999년(28%)에 비해서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비중이다. 투자 금액에서도 빠르게 줄고 있다. 올해 대중 투자금액(29억달러)은 가장 규모가 컸던 2010년(146억달러)에 비해 19.9% 수준에 불과하다.

대중국 투자가 감소하는 대신 미국과 유럽 등지에 대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미국에 대한 누적 투자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9배나 급증한 96억달러(약 12조3700억원)로 전체 대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4%에 달한다. 올해 연간 투자금액은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대미국 투자가 대중국 투자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독일에 대한 투자도 39억달러(약 5조300억원)로 전체의 15.2% 비중을 차지해 중국보다 컸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등의 현지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만의 대중국 투자가 급감하는 데는 중국 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차이잉원 총통 취임이후 양안관계의 악화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각종 제재를 강화하는 등 대만 기업으로서는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와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됐다. 2016년 이후 8년째 집권하고 있는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친미반중' 행보도 영향을 미쳤다. 차이잉원 정권은 지나친 경제적 의존을 줄이기 위해 집권 기간 기업이 생산기지를 대만으로 회귀할 경우 세제 등의 우대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대만 타이페이 쑹산역 인근 한 건물에 28일 대만 민진당 총통후보 라이칭더(왼쪽)의 펼침막이 내려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눈에 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1일 화학물질 등 12개 품목에 대해 내년 1월부터 관세 우대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진핑 정권이 대만에 대한 통일 의도를 강화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차이잉원 정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경제적 우대조치를 중단시켰다"면서 "이러한 흐름은 2021년 이후 두드러져 대만이 중국시장을 주력으로 삼았던 파인애플 수출 금지조치 등이 대표적인 압박조치였다"고 분석했다. 대만 민간 싱크탱크인 대만경제연구원 순밍더 주임은 "미중 대립이 계속되는 한 대만의 대중국 투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과 대만은 1990년대 이후 상호간 경제성장과 발전을 목적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해 왔다. 실제로 중국을 거점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는 대만 기업인은 80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1700여개 기업 가운데 70% 이상이 중국에 투자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아이폰을 대만기업이 중국 본토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우다. 이밖에도 의류와 신발, 플라스틱 제품 등 많은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중국에 진출해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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