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어두워진 윤 대통령 '새해 표정'

2024-01-02 11:31:10 게재
"대통령 표정이 검찰총장 때처럼 무섭더라."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 중계를 봤다는 지인의 소감에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옅은 미소로 연설을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 미간을 모은 채 엄숙하게 말을 이어갔고 그 상태로 10여분 후 끝을 맺었다.

사실 내용만 보면 지난해보다 겸손했고 희망적이었다. 그는 연설을 전후해 단상 옆에서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가 하면 "국민 여러분, 얼마나 힘드셨느냐" "정부를 믿고 함께 뛰어주신 국민 여러분, 그리고 기업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경제 관련해서도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이 나아지고 수출 개선이 경기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고 "물가도 지금보다 더욱 안정될 것"이라며 밝은 전망을 내놨다.

3년치 신년 메시지 영상을 비교해 봤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묻고 있다"고 비장하게 지지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당시 영상 속 윤 대통령 얼굴엔 올해보다 활기가 있었다. 앞서 2022년 신년인사 하던 '대선후보 윤석열'은 올해와 비교하면 해맑을 정도였다.

해가 갈수록 윤 대통령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 것은 그저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임기 내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총선 100일 전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내년 신년사 표정은 더 걱정스럽다.

지난해 '아메리칸 파이'와 '캠프 데이비드 선언'으로 반짝했던 '순방주도 국정'은엑스포 유치전 참패로 빛바랬다. '역대 최고 고용률' '경제성적 OECD 2위' 등의 성과를 내세웠지만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반면 대선 때부터 제기됐던 '김건희 여사 리스크' 관리는 방치됐다. 결국 윤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 방침 발표로 여론과 정면충돌하면서 한동훈 비대위가 움직일 공간을 좁혔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은 '스윙보트' 선거구가 49개에 달한다. 수도권이 적잖다. (병립형 선거제 기준) 4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려면 국민의힘은 이들 선거구 중 무려 40개 안팎에서 민주당을 이겨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일찌감치 10%p 이상의 차이를 내야 박빙이나마 승리할 수 있을 텐데 과연 지금 상태로 무엇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선거 경험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신당을 우군 삼아 '이재명 민주당'의 과반 저지에 나서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 상황까지 감내해야 할지는 윤 대통령의 선택에 달린 것 같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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