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클라우드 기업, 해외 신흥시장으로 눈돌려

2024-01-02 11:27:40 게재

동남아·중동 등으로 진출 … 자국시장은 성장률 둔화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중국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자국시장 포화와 미국 및 유럽의 규제 강화로 인해 신흥시장 등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클라우드 수요 급증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지난달 27일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글로벌 플레이어의 영역을 잠식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미국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신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화웨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 센터를 열었다. 당시 오픈 행사에서 화웨이의 클라우드 글로벌 마케팅 및 판매 서비스 사장 재클린 스는 "이 센터는 중동,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에 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텐센트 클라우드는 지난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로 진출해 걸프 지역의 통신 사업자인 모빌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입지를 넓혔다. 현재 텐센트의 사업 영역은 아시아, 미국,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을 포괄한다.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은 수익성이 좋은 서구 시장을 중심으로 수년 동안 꾸준히 해외 비즈니스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2018년 유럽연합의 국경 간 데이터 전송 규정 강화와 미국의 지속적이고 강화되는 기술 규제로 인해 기존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일부 클라우드 기업들은 신흥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10월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필리핀에 첫번째 데이터 센터를 세웠다. 당시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향후 3년 동안 해외 인프라 확장 등에 60억위안(약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듬해인 2022년 9월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해외 시장에 70억위안을 추가로 투자하고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포함해 전 세계에 6개의 데이터 센터를 추가로 건설하는 새로운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관계자는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난 5년 동안 회사의 해외 사업이 2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현재 전 세계 30개 지역에서 데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며, 이 중 1/3이 동남아시아에 있다.

마찬가지로 화웨이 클라우드도 최근 몇년 동안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려 싱가포르, 방콕, 자카르타에 10개의 데이터 센터를 개설했다. 텐센트 클라우드도 현재 이 세 국가에 8개의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중동도 새로운 개척시장이다. 특히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가 선호하는 곳이 됐다.

텐센트 클라우드 인터내셔널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부사장 후 단은 "중동 국가의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올해 34억6000만달러에 달하고 2028년에는 2배 이상 성장한 75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클라우드 공급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시장에서의 이윤 감소다.

KZ 컨설팅에 따르면 중국의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2022년 3256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49%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21년 성장률 71%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시장 포화 상태에서 점유율 유지를 위해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은 올해 초 가격을 인하하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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