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해 30년 디플레이션 탈출 공식선언 가능성

2024-01-02 11:27:40 게재

소비자물가, 3년째 2% 이상 오름세 이어갈 듯

최대 유통업체 직원 50만명 대상 임금 7% 인상

일본은행, 상반기 마이너스 금리 해제 주목

2024년 새해를 맞아 일본 경제가 30년 동안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공식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년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어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 디플레 탈출을 공식선언하고, 장기간 이어오던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4년 경제 및 물가정세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 웃도는 수준으로 내다봤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2024년 경제전망과 관련 일본의 유력 기업 경영자 2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2.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199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3.1% 상승한 이후 1991년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침체를 겪었다. 2021년(-0.2%)까지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2008년(1.4%)과 2014년(2.7%) 깜짝 상승하기는 했지만, 당시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1년부터 2021년까지 30년 동안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가 12년이나 된다. 특히 1999년(-0.3%)부터 2003년(-0.3%)까지 5년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뒷걸음 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 장기침체의 원인이면서 결과이기도 한 디플레이션은 코로나19가 끝나면서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연간 2.5% 상승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11월(2.8%)까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 2년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된다. 따라서 일본은행 등 주요기관의 전망처럼 올해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서면 2022년 이후 3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물가가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면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올해 공식적으로 탈디플레를 선언할지 주목된다.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한 2013년, 일본 내각과 일본은행은 공동성명을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조기 탈각(탈출)과 물가안정 아래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실현을 위해 정부와 일본은행이 정책연계를 강화하고 공동 대응한다"면서 "이러한 공동인식에 기초해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2%로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당시 공동성명의 목표를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2년 연속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섰지만 탈디플레 선언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과 민간연구기관은 공식적인 '탈디플레' 선언의 상징으로 일본은행이 유지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기조로 한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의 철회로 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은행이 이르면 올해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철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시장관계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일본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하는 답변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 조사결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 시점은 1분기(23%)와 2분기(57%)를 예상해 상반기 중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다만 일본은행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경제단체 강연에서 "저인플레 환경을 벗어나고 물가안정목표(2%)가 실현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말해 가까운 시기에 금융정책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우에다 총재는 여전히 탈디플레의 전제로 임금인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돼 구조적인 물가상승이 고착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해 말 내각 회의에서 "고물가로부터 국민생활을 지키고, 물가상승을 웃도는 임금인상을 반드시 실현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종합 경제대책을 신속하고 적절하게 집행하면서 의료와 복지 종사자의 임금인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새해를 맡아 2024년 임금인상에 대해 "일과성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지난해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보다 더 열의를 가지고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최대 유통업체가 50만명에 이르는 정규 및 비정규직 직원의 올해 임금을 7% 수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국내 기업 최대인 40만명의 파트타임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유통업체 '이온'이 2024년 봄, 시급을 7% 인상할 방침"이라며 "이온은 또 10만명이 넘는 정규직 사원의 임금인상도 지난해보다 높은 4.85~7%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온의 비정규직 채용 규모는 일본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으로 전체 비정규직 고용의 2%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따라서 이번 이온의 임금인상이 다른 유통업계는 물론 전체 기업의 춘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0만명의 파트타임과 10만명의 정규직을 포함한 이온의 2년 연속 큰폭의 임금인상은 유통업계 임금인상의 기운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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