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올해 연착륙 가능할까

2024-01-02 11:27:40 게재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기대 무성 … 판단은 일러"

미국 월가 등 금융시장이 올해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한껏 기대하고 있다. 2024년은 전후 미국경제 역사상 유례가 없는 해가 될까.

1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1945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측정한 연간 인플레이션이 5% 이상에서 3% 미만으로 하락할 때 또는 그 후 18개월 이내 경기침체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이 조사한 전문가들은 올해 말 연간 인플레이션이 2.5%로 하락하고 실질GDP는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같은 '연착륙' 전망에 환호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인상했다. 통화긴축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를 유발한다. 물론 1980년대 중반, 1990년대 후반처럼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끼어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 2022년처럼 높지 않았다. 연준이 2022~2023년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미국경제의 연착륙 현실화는 더욱 이례적인 것이 될 전망이다.

미국경제의 연착륙 여부는 언제쯤 분명해질까.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다른 경제 데이터에 비해 수정빈도가 낮기 때문에 비교적 파악하기가 쉽다. 연간 명목물가와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모두 2.5%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연준이 물가목표 달성을 선언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미국 근원물가는 연율로 2.2% 상승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달 연간 기준 2.5%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유가급등만 없다면 명목물가도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착륙의 또 다른 기준인 경기침체 회피는 판단하기가 더 어렵다. 경기침체는 발생한 지 한참 뒤에야 판단이 가능한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실시간 지표로 '삼의 법칙(Sahm rule)'이 활용됐다. 이에 따르면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이 직전 1년 최저치 대비 0.5%p 이상 상승할 때 경기침체로 본다. 삼의 법칙은 1960년 이후 미국의 모든 경기침체를 오작동 없이 식별해냈다. 현재 실업률은 2023년 중반 최저치보다 0.3%p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노동시장이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삼 법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법칙을 창안한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 클라우디아 삼은 "팬데믹 기간 퇴사한 사람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하면서 해고 없는 상황에서도 실업률이 상승하는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삼의 법칙이 경기침체를 놓치는 게 아니라 연착륙 상황을 경기침체 신호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다. 따라서 연준이 삼 법칙이 발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경제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판단해도 크게 틀린 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닐 수 있다. 1950년대 초와 1970년대 초,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지 거의 1년반이 지나서야 경기침체가 닥쳤다. 게다가 연준이 물가 통제를 끝낸 것도 아니다. 연준은 지난달 올해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고자 하는 건 부분적으로 현재 금리가 자연금리보다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연준 생각이 틀렸다면 금리 인하는 과도한 부양책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재정적자는 2023회계연도에 GDP의 7.5%에 달했다. 이를 대폭 조정할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경기침체 직전에 연착륙 이야기가 무성했다는 것"이라며 "팬데믹 이후 경제학자들은 성장률, 그리고 최근까지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는 등 저조한 예측 실적을 보였다. 이제 경제학자들이 연착륙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지 않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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