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통신회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2024-01-04 11:06:56 게재
"2024년을 '글로벌 인공지능(AI) 컴퍼니' 성과를 거두는 해로 만들자." "통신중심 사업구조를 뛰어넘어 ICT 전문기업으로 변하자."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와 데이터 사업에 집중하자." 이 문구들은 국내 통신3사 대표들이 내놓은 2024년 신년사 주요 내용이다. '통신 중심 사업구조를 벗어나자'는 내용이 없으면 통신회사가 내놓은 메시지로 이해하기 어렵다.

통신회사 CEO 신년사에 통신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구가 핵심으로 자리잡은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콘텐츠 플랫폼 메타버스 AI 등이 통신이라는 단어를 대체해왔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중심은 이미 오래전에 인프라인 통신망보다는 콘텐츠·서비스·플랫폼으로 옮겨갔다. 세계 ICT 생태계에서 텔레포니카 AT&T KT 같은 통신회사는 잊혀진 지 오래고 구글 애플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회사 CEO들이 변화를 외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고 주장이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노력이 성과가 있었는지와 변화를 위한 방향이 바른 것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된 탈통신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통신3사가 이구동성 성과로 제시하는 미디어사업 실적이 자본력을 앞세워 케이블방송사업자(SO)의 가입자를 뺏어온 것일 뿐 기술이나 서비스에서 실질적인 진보와 혁신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통신회사 경영실적 숫자로도 증명된다. 탈통신을 수없이 외쳤지만 통신회사 매출 대부분은 이동전화나 통신망 임대를 통해 벌어들인 것이다. 지난해 3분기 SK텔레콤의 매출 3조1484억원 가운데 2조7611억원(88%)은 이동전화와 망접속정산 수익이다. 10여년 이상 노력에도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런 상황은 KT와 LG유플러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변화 과정에서 통신망 불통사태와 소비자 기만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KT 서울 아현전화국 화재로 인한 대란과 5G서비스 부실논란이 그것이다.

통신회사의 변화노력을 비판적으로 살펴본 것은 AI회사나 플랫폼 회사로 변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통신서비스만 제대로 하라는 얘기도 아니다. 변화를 통해 빅테크기업보다 더 훌륭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다만 현재 통신회사를 떠받치고 있는 이용자(고객)를 생각의 중심에서 놓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신회사 대표 신년사에 '고객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고객은 통신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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