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지난해 실질 GDP 5.05% 성장

2024-01-05 10:52:22 게재

목표치 6% 미달, 전년 8%서 크게 후퇴

중국부진에 수출↓, 올해 6% 이상 전망

지난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해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준 베트남이 지난해 5% 성장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베트남 하노이의 한 가게 앞. 사진 연합뉴스


베트남 통계총국은 지난해 12월 29일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을 발표하고, 전년 대비 5.05% 성장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당초 베트남 정부가 목표로 세웠던 6% 이상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2022년(8.02%) 성장률에 비해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었던 2020년과 2021년을 빼고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경기는 바닥에서 회복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여전히 차갑다"며 "본격적인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베트남의 지난해 성장률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전망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의 평균 성장률(4.3%)에는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실적이 예상치를 밑도는 데는 베트남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도 대비 4.4%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15일까지 세관통계에 따르면, 주요 수출품목인 컴퓨터가 전년 대비 2.2% 증가했지만, 휴대전화는 11.3% 감소했다. 섬유 등의 수출도 전년 대비 11.9% 줄었다.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데는 주요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 이상으로 중국 경기의 영향이 크다. 미중간 대립으로 해외자본이 중국을 벗어나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 움직이는 흐름이 있지만, 중국 경기 부진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수출 감소가 경제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경제가 정부 발표 GDP 수치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베트남 제조업구매담당자경기지수(PMI)는 3개월 연속 50을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조업경기가 부진하면 기업이 고용을 그만큼 늘리지 못하고, 이에 따라 개인소비도 악영향을 받는다.

실제 베트남 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2023년 신차판매 대수는 30만대를 밑돌아 전년 대비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회사 테조이지돈에 따르면,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고 있고, 지난해 4분기에만 베트남에서 가전 판매점 200곳 가량이 문을 닫았다. 베트남 철강회사 관계자는 "건축용 강재의 판매는 지난 가을부터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시황이 악화하기 전에 비해 여전히 6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 수요의 감소로 지난해 시메트 생산량도 전년 대비 5.5% 감소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업계는 "부동산 시황의 본격적인 회복은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경제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크게 부진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회복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6.72%로 1분기(3.41%) 저점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서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성장률은 당초보다 0.1~0.2%씩 상향해 수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2024년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를 6.0~6.5%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비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WB)은 각각 6.0%, 5.5%로 예상했다.

한편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연간 GDP 속보치를 가장 빨리 발표한다. 이에 따라 베트남 경제 성적표가 다른 아세안 국가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인식되기도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트남이 2026년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권력체제를 둘러싼 쟁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부양에 실패하고 목표치를 계속 밑돌면 공산당 내부에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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