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국 노인 정신건강 나빠져

2024-01-09 11:06:22 게재

외로움 새로 경험 늘어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 노인의 정신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잠 설침, 외로움 중 2개 이상 증상을 경험한 경우로 특히 외로움을 새로 경험한 노인이 늘어났다.

최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데이터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국제사회보장리뷰 2023 겨울호에 게재한 '코로나19 전후 유럽과 한국 노인의 고용, 관계, 정신건강 변화'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노인들이 유럽의 노인들에 비해 외로움, 잠 설침 등 부정적 증상을 더 많이 경험함에 따라 정신건강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나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자신의 정신건강이 나쁜 편이라고 답한 노인의 비율이 27.4%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에도 27.0%로 비슷하게 유지했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자신의 정신건강이 나쁜 편이라는 비율이 대체로 감소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외로움' 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외로움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 국가 중에는 독일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와 같은 서유럽 국가들과 이탈리아 그리스도 포함된다. 반면 스페인과 우리나라의 경우 외로움을 경험한 비율이 2018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다른 국가에 비해 노인이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답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에는 외로움을 자주 느끼지 않았던 사람들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외로움을 자주 느끼게 된 비율에서 우리나라, 이탈리아, 그리스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전 외로움을 자주 경험하지 않은 사람 중 약 7.2%가 코로나19 이후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덴마크 체코 독일 스웨덴 스페인 등에서도 5% 미만이 코로나19 이후 외로움을 자주 경험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는 국가별로 시행됐던 거리두기 강도에 영향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 그리스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자 통행금지 등 강력한 거리두기 정책을 폈다. 덴마크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의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최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통행금지 등 강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복지시설의 폐쇄 등으로 지역사회 내 활동공간의 제약이 높아지고 사회적 긴장도가 올라가면서 정신건강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봉쇄 등 강제조치를 동반한 전략이 실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며 "이러한 결과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 등의 조치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기존 사회보장제도 등 지지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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