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13년 만에 보유 주식 순매도

2024-01-09 10:50:40 게재

지난해 ETF 1조원 규모 내다 팔아

장기 국채금리 올해 1% 돌파 예상

일본은행이 주식시장에서 13년 만에 보유한 자산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 기준금리와 YCC 정책에 따른 장기국채 매입에 더해 주식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해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의 한축이 일부 수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일본은행이 2010년 주식시장에서 ETF를 매입하기 시작한지 처음으로 순매도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난해 일본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일본은행의 ETF를 통한 주가 부양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지난해 시장에서 2100억엔(약 1조9100억원) 규모의 ETF를 사들이고, 3200억엔(약 2조9100억원) 규모를 내다 팔아 1100억엔(약 1조원) 수준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행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4조~7조엔의 대규모 ETF 매입에 나섰다. 2021년 초부터 비중을 크게 낮춰 지난해는 2100억엔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으로는 2016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균등하게 약 3000억엔 규모의 매각에 나섰고, 지난해는 3200억엔 수준으로 파악됐다. 신문은 "지난해 닛케이 주가가 28%나 상승하면서 실제로 매각 규모가 더 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일부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ETF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61조엔(약 555조원)에 달해 일본 주식시장에서 최대 투자자에 해당한다.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주식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정책은 이례적이어서 일본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다. 중앙은행이 직접 개별 주식의 거래자로 등장하면서 시장질서의 왜곡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식을 인위적으로 부양하면 경영자는 기업의 본질적 문제점에 대해 소홀하고,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자산운용 기회가 박탈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기시 시장심리 악화를 막는 등 일정한 효과도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가 올해부터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 확대를 위해 신NISA(소액투자자지원제도)를 도입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중앙은행이 ETF 매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올해 일본 정부가 발행한 10년물 장기국채 금리가 1%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 경제관련 조사업체 QUICK에 따르면, 시장관계자들은 올해 신규로 발행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4월경 1.049%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낮은 수준은 0.536%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시기와 관련한 예상에서는 4월이라는 응답이 61%로 가장 많았다. 1월(19%)과 3월(8%)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QUICK가 지난해 12월 말, 증권회사와 은행, 보험회사 등에서 일하는 채권관련 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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