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공천 기준'에 대한 발칙한 생각

2024-01-10 11:22:50 게재
국회의원 총선거가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야당대표에 대한 테러 등으로 시끄럽지만 출마예정자들은 출판기념식 의정보고회 등을 열고 표심잡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과 예비후보를 가리지 않고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미국은 중앙당이 없기 때문에 공천 제도가 없다. 평소 지역민의 신뢰를 얻고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하지 않으면 선거에 출마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는 무소속이 아닐 경우 지역민과 무관하게 중앙당 공천을 받으면 출마할 수 있다. 그러니 '친윤'이니 '친명'이니 하며 파벌을 내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정당마다 나름의 공천 기준이 있다. 전과기록 병역·납세사항 등 공직후보 자격요건과 지역 내 평판 등을 살펴보고 여론조사를 통해 인지도 지지도도 따져볼 것이다. 하지만 지역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여야 양당에 공천 기준을 하나 제안하고 싶다. 현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출신이 총선에 도전할 경우 재임 중 지방선거·총선 성적표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공천에 반영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만큼 지역별로 지방선거 성적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수도권에선 여야 강세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선거에 패했거나 지방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공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기도의 경우 민선 8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전체 31곳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22곳을 차지했다. 그런데 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의 경우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가 패배한 도내 22곳 가운데 7곳에서 상대 후보를 이겼다. 이 때문에 민주당 강세지역인 안산 오산 광주 등에서 공천 책임론이 제기됐다.

기초단체장 출신일 경우 재임 중 총선 성적과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성적 등을 보면 된다. 자신은 재선 3선을 하면서 기초의회는 다른 당이 다수를 차지했다거나 임기 중 총선에서 소속 당이 초라한 성적을 거뒀어도 재임 중 시정을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총선이나 지방선거 결과를 당시 재임한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정당의 대표로 '공천'을 받아 지역과 국가경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지도자에 대한 가장 큰 평가척도가 재임 중 치러지는 선거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이런 객관적 결과를 제쳐두고 대통령, 당 대표와 친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천장'을 받는다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을 책임있게 치를 수 있겠나?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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