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범죄로 확대된 증권가 도덕불감증

2024-01-16 11:21:54 게재
증권가 도덕불감증이 위험수위를 넘어 범죄수준으로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영풍제지 사태, 채권 돌려막기 등으로 내부통제 미비에 대해 지적받았던 증권사에서 이번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임직원들의 사익추구 행위가 대거 적발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부동산PF 기획검사를 벌인 결과 임직원의 사익추구와 증권사 내부통제 취약점을 확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침체로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증권사 담당 임직원들이 업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득하고 지인과 가족, 법인까지 만들어 5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시행사를 대상으로 사적대출을 해주면서 법정이자를 뛰어넘는 '고리장사'에 전환사채 차익까지 챙긴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행태가 수년간 지속됐는데도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부동산PF 거래 시 내부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투자심의위원회를 안한 경우는 비일비재했고, 심사·승인받지 않은 차주에 대해 PF 대출을 실행하거나 채무보증 의무 이행 회피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간 자금을 임의대차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시행사의 PF 대출용도 이외 사용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브릿지론 대주에게 부당한 본PF 주선수수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취약한 내부통제 시스템 속에서 임직원들 개인 배만 불린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증권사들이 이런 사례를 대부분 영업관행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직원 개개인의 일탈행위를 회사에서 어떻게 알 수 있냐며 볼멘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증권사 직원들의 불법행위는 개인의 일탈행위로만 치부할 수 없다. 많은 증권사들이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실패로 거액의 손실을 입고 투자자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신뢰를 잃은 증권사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경제학자들은 모럴해저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구조적으로 비도덕적인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동산PF 과정에서 잘못된 영업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다행히 연초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은 신년사를 통해 원칙경영과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과 기술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정교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불건전행위 근절과 업무관행 개선을 통해 바른 조직문화를 만들어 투자자 신뢰회복에 나서길 기대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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