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예상 깨고 정책금리 동결

2024-01-16 11:09:45 게재

MLF 금리 5개월째 2.5%로 유지

위안화 약세, 연준 불확실성 등 원인

중국 인민은행이 시장의 인하 전망을 뒤엎고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8월 0.1%p 인하한 후 5개월째 MLF 금리를 2.5%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은행. 로이터=연합뉴스


15일 블룸버그는 중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변동성에 대한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시기 불확실성 때문에 당국의 경제 지원 여지에 제한이 생겨 정책금리를 동결했다고 보도했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로, 이를 통해 시중 유동성 총량을 조절한다.

ING Groep NV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리서치 책임자 로버트 카넬은 "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위안화를 약화시키고 원치 않는 통화 약세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에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2월 2009년 이후 가장 긴 디플레이션 행진을 기록했다. 지난달 금융 및 대출 증가율은 예상을 하회했으며, 2023년 수출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마감했다.

시진핑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수 약화, 장기 부동산 위기, 부진한 고용 시장과 씨름 중이다.

카넬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리 동결 발표에) 실망하거나 놀라지 않았다"면서 "올해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 연준의 불확실성은 인민은행의 선택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되면서 이르면 3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과 중국의 금리 차는 더욱 벌어졌다.

HSBC 홀딩스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프레데릭 노이만은 "MLF 금리 동결은 추가 경기 부양책이 그리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너무 빠른 금리 인하를 원치 않기 때문에 전면적인 금리 인하보다는 유동성 공급과 다른 유형의 신용 완화 조치를 사용하고 싶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민은행은 2023년 마감을 앞두고 강세를 보였다가 후 최근 몇주 동안 약세를 보인 위안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해야 한다. 대출기관도 사상 최저 수준의 순이자 마진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 금리 하락의 영향을 흡수하기 전에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인민은행의 결정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는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가계는 선뜻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중화권 및 북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딩솽은 "예상보다 약한 경제 회복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금 조달 비용이 너무 높은 게 아니라 수요가 부족하고 신뢰가 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금리를 제로로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금리 인하만큼 공격적인 조치는 아니지만 지급준비율(RRR)을 낮추면 금융 시스템에 자금이 유입돼 은행이 인프라 지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할 국채를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된다.

크레디트 아그리콜 CIB의 리서치 책임자 샤오쟈 즈는 "1분기에 정책금리 인하와 잠재적으로 RRR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실질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에 금리 인하 없이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몇 가지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대출기관에 MLF를 통해 8000억위안의 자금을 공급하고 은행 시스템에 더 많은 현금을 투입했다. 또한 주택 및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 중심 은행에 3500억 위안 상당의 저비용 자금을 제공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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