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업계, 로봇자동화 적극 모색

2024-01-16 11:09:45 게재

WSJ "지난해 타결된 인건비 상승에 대응"

미국 자동차업계가 급격한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로봇자동화를 주시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계가 공장 자동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에 대처하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선보인 지능형 로봇. 신화=연합뉴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과 임금협상을 벌여 향후 4년간 25%라는 역대급 임금인상을 이끌어냈다. 해외 자동차기업인 도요타와 현대차 등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업계 경영진들은 애초 계획보다 임금인상 폭이 컸다며 인건비 상승을 상쇄할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에 따르면 임금인상으로 2028년 기준 신차 1대당 약 900달러 가격상승 요인이 생겼다. GM은 대략 500달러 가격상승을 예상했다.

GM 대변인은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환경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로봇자동화 기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인 존 롤러는 최근 '지난해 타결된 임금인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투자자 질문에 "자동화에 기회가 있다"고 답했다.

미시간 소재 컨설팅기업 하버리절트의 대표 로리 하버는 "인건비 상승으로 자동차기업들이 자동화 기술 채택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자동화는 미래다. 이제껏 본 것보다 더 많은 자동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1960년대부터 제조능률 향상을 위해 본격적으로 로봇자동화를 활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61년 GM 공장에 도입된 조립자동화 로봇 '유니메이트(Unimate)'였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산업은 전자산업에 이은 로봇의 최대 고객이다. 2022년 신규 산업용 로봇 13만6000대를 도입했다. 포드는 2018년 전세계 20여곳 생산시설에 최소 100대 이상의 '코봇(협업용 로봇·cobots)'을 도입했다.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과의 경쟁 역시 자동화를 부추기는 요소다. 테슬라는 공세적으로 로봇자동화 전략을 쓰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보다 많은 자동화장비를 도입해 생산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어지고 있는 전세계 수십곳의 배터리공장과 전기차공장이 자동화를 전면 채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존 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들이는 것보다 신설공장에 도입하는 게 훨씬 쉽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기업들은 노동자를 해고하는 대신 노동자 은퇴 뒤 생기는 공백을 로봇으로 메운다는 입장이다. 디트로이트 소재 컨설팅기업 '올리버 와이먼'의 부사장 짐 슈미트는 "로봇자동화는 향후 수십년 노동자 자연감소분 물결에 올라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UAW 소속 노동자들은 기계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며 불안감을 피력한다. UAW 위원장 숀 페인은 "모든 공장에 로봇이 있다"며 "기업들은 로봇기술을 인간의 작업을 더 쉽게 만드는 데 쓰기보다 일자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용을 더 많이 줄이려면 로봇자동화 대신 생산모델 수 감축 등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학계 일부에선 '로봇 도입으로 비용이 절감되겠지만 수리와 정비, 프로그램화 등에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는 데 따른 비용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컨설팅기업 알릭스파트너스의 이사 마크 웨이크필드는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제고 등 로봇자동화 도입을 위한 명확한 이유가 필요하다"며 "기존 공장에 새로운 로봇을 들이는 비용이 너무 비쌀 수 있다. 오히려 현상유지가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