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산재예방 법정지원 기준부터 지켜라

2024-01-22 10:45:44 게재
25일은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의 2년 재유예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국회 일정이다. 그동안 경영계는 준비미흡을 이유로 추가 유예를 요청했고 정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에 재유예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국회는 2021년 1월 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키면서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은 2022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은 2024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각각 1년과 3년을 유예했다. 만약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은 적용유예 논의 3대 전제조건으로 △지난 2년 유예기간 동안의 조치 미흡에 대한 정부의 공식사과 △유예기간 동안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수립 △앞으로 2년 뒤 모든 기업에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을 요구했다. 현재까지 충족된 것은 경제단체의 억지춘향격 공동성명뿐이라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올해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민주당 등 야당은 "기존 대책의 재탕 삼탕"이라고 비판한다.

우리나라의 산재예방사업 예산은 전적으로 민간에서 조성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산재예방기금)에만 의존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정부는 산재예방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회계연도마다 산재예방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3% 범위에서 정부의 출연금으로 세출예산에 계상해야 한다.

또한 2006년 12월과 2008년 10월 노사정 합의 및 이행촉구, 2020년 4월 재합의에 따라 산재예방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 규모를 산재예방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3% 목표로 연차적·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산재예방 국고지원(일반회계)은 15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산재예방기금 지출예산 총액 9조8222억원의 0.15% 수준이다. 산재보험법과 노사정 합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제정 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역할이 커지고 있으나 일반회계 지원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아예 이참에 산재예방 국고지원을 산재예방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3% 이상으로 못박자고 하면 뜬금없어 보일까. 중대재해법 재유예만 요구할 게 아니라 정부의 의무도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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