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규제 완화 … '반짝 효과' 그치나

2024-01-23 11:11:50 게재

베이징 12월 신규주택거래 전년비 39%↑

향후 시장 전망 부정적, 거래자들 '관망'

중국 지방 정부가 지난해 12월 주택 구매 제한을 완화하고 수요를 늘리기 위한 조치를 발표하자 중국의 대도시에서 주택 판매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현장 모습. AFP=연합뉴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1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주택 구매자들의 낮은 신뢰도와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수요를 누르고 있어 부동산 시장 부양이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지난해 12월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발표했다. 계약금 인하와 주택담보대출 상환 기한 연장 등을 포함한 이 조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중국인덱스아카데미가 발표한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및 기존 주택 판매 건수로 측정한 주택구매심리는 베이징에서 전월 대비 3포인트, 상하이에서 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베이징의 신규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38.5% 증가한 6106채로, 베이징 전역에서 판매된 신규주택의 총량은 6만6000채, 7490만㎡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0.17% 상승했고, 기존주택 가격은 0.63% 하락했다.

상하이의 경우 신규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가격은 0.25% 상승에 그쳐 완화 조치의 영향은 미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반면 가격은 0.8% 하락했다.

중국인덱스아카데미의 시장조사 책임자인 천원징은 "신규주택 판매 증가는 주로 수요보다는 공급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주민들은 여전히 주택 구매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며, 1월에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면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인 피치 보화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왕싱핑은 부동산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양질의 매물이 시장에 많이 들어와 더 높은 가격대에 판매됐기 때문이며, 이것이 신규주택 가격의 광범위한 회복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왕은 "구매자 신뢰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주택은 일반적으로 거래주기가 더 길고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이 더 심하기 때문에 기존주택 시장이 더 큰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천은 "기존주택은 이미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가계 소득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주택 구매자들이 (주택 구매를 위해) 레버리지를 늘리는 것을 주저하는 것과 맞물려 수요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지원이 신뢰도 향상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현재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인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개발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팔고 싶어할 것이며 주택 가격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중국 70개 도시의 주택 가격은 약 9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져 전월 대비 0.4% 하락했다. 이는 11월의 0.3%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지난 17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중국 국내총생산은 전년 대비 5.2% 증가해 공식 목표치인 5%를 상회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와 신규주택 판매는 각각 9.6%와 6%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부동산이 여전히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비영리 싱크탱크인 컨퍼런스 보드의 중국 경제 및 비즈니스 센터장 알프레도 몬투파르-헬루는 "2024년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 경제의 안정"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의 침체를 극복하고 안정화하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인덱스아카데미의 천은 지방 정부가 올해 중국 1선 도시에서 '지역별로' 구매 제한을 완화하고, 2·3선 등 하위 도시 거주자에게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수요 측면의 조치를 더 많이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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