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도 식당가도 구인난, 경제활력 실감"

2024-01-26 11:12:04 게재

미국 개인소비 호조, 투자유도 산업정책 효과

일본 언론 "25년 만에 한국보다 성장률 높아"

"미 2.5% > 일 1.8% > 한 1.4% … 고착화 우려" 에서 이어짐

중국에 의존하는 '수출의존 경제'도 문제다. 지난해 연간 수출총액(약 6327억달러)은 전년 대비 7.4% 감소했고, 특히 대중국 수출은 19.9%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은 2022년 2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7분기 연속 감소했다.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은 2015년 10.9%에서 지난해 6.3%까지 줄었다.

김보성 한은 중국경제팀 과장은 지난해 12월 '중국 성장구조 전환과정과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우리경제는 중국경제의 중간재 자립도가 높아지고, 기술경쟁력 제고로 경합도가 상승해 과거와 같은 중국특수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중국산 수출품의 기술수준과 경쟁력이 높아져 글로벌 상품시장에서도 우리와 경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부채의존, 수출의존 경제가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한국의 지난해 실질GDP가 역대급 저성장을 한 반면, 미국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지난해 실질GDP 성장률이 연간 2.5%, 4분기는 연율 환산 3.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0%)를 1.3%p나 웃도는 높은 수치로 1%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넘어선다.

미국의 높은 성장세는 개인소비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소비는 전분기 대비 2.8% 증가했다. 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4분기 1.91%p에 달했다. 민간투자 증가율은 2.1%로 3분기(10.0%)에 비해 줄었지만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건재하다.

현재 미국에 잠시 체류하고 있는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26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미국은 일자리가 넘쳐난다. 버스를 타도 식당을 가도 온통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공고가 넘쳐 난다"면서 "뉴욕에만 연간 3000만명의 외국인이 찾아와 돈을 쓰고 있는 것도 소비를 지속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의 최근 호조가 지속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한미간 성장률 차이는) 단기적으로 미국이 코로나19 당시 대규모 재정을 동원한 지원금이 여전히 소비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침체를 벗어나는 기저효과의 사이클이 엇갈리면서 나타나는 수치의 차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소비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에 비해서 우리기업이 밖으로 나가 투자하는 비중이 4배가 많다"며 "각종 규제를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경제의 활력이 생긴다"고 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도 "미국이 IRA법 등 강력한 산업정책으로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점이 성장률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도 한국의 성장률 저하에 주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지난해 한국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을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고금리와 물가상승에 따른 내수 부진과 주요 수출 대상인 중국의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일본은행은 지난해 자국의 성장률 추정치를 1.8%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1998년(한국 -5.1%, 일본 -1.3%) 이후 25년 만에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을 것이 확실시된다. 더구나 1998년 한일 양국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던 점을 고려하면, 1980년(한국 -1.6%, 일본 2.8%) 이후 사실상 43년 만에 한일간 성장률 역전인 셈이다.

한편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5일 "(저성장 고착화 우려에 대해) 잠재성장률을 2023년 기준으로 2.0%로 보고 있는데, 연구기관 등의 관측에 따르면 이후 1%대,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의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적 변화 및 생산성 저하와 중국·인도 등과의 경쟁, 세계적 공급망 재편 등도 있다"고 했다. 신 국장은 그러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거나 이를 올리려면 정부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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