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토반도 지진은 늙은 재해국가 일본의 미래를 보여준다"

2024-01-30 10:52:16 게재

인구 고령화, 인프라 노후화로 피해 더 심각

고령층이 절반 넘어, 주택 내진화 절반 안돼

"지방도시 주택과 인프라 개보수 진전없어 "

올해 첫날 발생한 일본 노토반도 지진이 인구 고령화와 사회기반시설 노후화의 심각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빠르게 줄어들면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져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나 재해에도 더 큰 피해를 불러온다는 분석이다.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주택가에서 무너진 가옥 사이로 한 할머니가 짐을 챙겨 나오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지진피해가 보여주는 인구감소의 미래'라는 칼럼을 통해 1월 1일 발생한 규모 7.6의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강진이 주는 교훈을 분석했다. 칼럼은 "도로가 끊기고, 급수가 중단된 지역은 고령자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마을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면서 "피해지역의 복구를 서두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구감소가 빨라지는 일본 전체의 과제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심각하게 부각된 문제는 지역내 대규모 단수가 장기화된 점이다. 이시카와현 스즈시와 와지마시 등 지역내 소도시와 마을의 거의 전지역에서 단수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들 지역내 수도공급이 완전히 복구되는 데 적어도 2~3개월 가까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진의 강도와 피해규모에서 비교할 수 없이 컸던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수도시설이 1주일 만에 50% 가까이 복구됐던 점과 비교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부 산간지역의 상수도 시설 내진화가 늦어진 데 따른 영향이다. 예컨대 수도관시설의 내진적합율에서 △시가마치 10.4% △나나오시 21.6% △스즈시 36.2% 등 노후화 및 내진화가 심각한 수준이었음이 드러났다. 지역내 인구가 줄어들면서 수도시설 인프라의 유지를 위해서는 그만큼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수도요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지만 공사비용의 부담이 내진화를 늦췄다는 분석이다.


이번 지진에서는 또 가옥의 파손과 화제로 인한 인명피해를 키웠다. 일본의 경우 전국적으로 평균 80% 이상의 주택이 비교적 큰 지진에도 견딜수 있는 내진설계가 갖춰졌지만, 이번 지진 피해지역내 많은 마을의 주택은 내진화 비중이 50%를 밑돌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전국적으로 강한 지진이 자주 일어나 건물의 내진 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도 "고령자들은 자신이 살던 집을 이어받아 생활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주택수리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번 피해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일본 내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예컨대 스즈시와 노토마치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50%를 넘는다. 와지마시와 아나미즈마치도 고령자 비중이 40%대 후반에 달한다. 특히 와지마시는 1990년 4만2800명이던 인구가 2023년 2만3500명으로 급감했다. 이 지역은 10세대가 안되는 마을도 90여개나 여기저기 산재해있어 도로의 단절로 구조와 지원의 손길이 닿기 어려워 피해를 키웠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이시카와현 일부 지역으로 국한되지 않고 일본 내 모든 지역의 앞날이라는 점이다. 2050년 지역별 인구추계에 따르면, 아키타현 등 11개 광역자치단체는 2020년에 비해 30% 이상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국적으로 60% 안팎의 기초자치단체는 인구의 30~50%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간 전문가회의에서 이번달 발표한 '인구비젼 2100'에 따르면, 일본의 고령화율은 2100년 전국 평균 46%에 달한다. '인구비젼 2100'을 주도한 마스다 히로야 일본우정본부 대표는 "노토반도 지진은 일본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대도시를 포함해 인프라의 유지와 보수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생노동성의 수도관 내진적합율에 따르면, 전국 평균 41.2%에 그친다. 수도관 노후화가 가장 심각한 곳이 오사카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도시라고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 큰 재난에 대비해 도로 폭을 확대하려면 지주를 비롯한 이해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해 사업의 진척이 더디다.

네모토 유지 도요대학 교수의 2021년 추산에 따르면, 일본 전국적으로 존재하는 공적인 인프라의 개보수를 위한 투자에 필요한 비용은 연간 12조9000억엔(약 116조원)을 넘어선다. 네모토 교수는 "지금까지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인프라를 정비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지역의 거점에 공공서비스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콤팩트시티'로 상징되는 주거와 공공시설의 통폐합과 디지털화, 인프라 개보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연간 7조6000억엔(약 68조4000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콤팩트시티 구상도 지방자치단체와 주민간 합의의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해 내각차원에서 결정한 국토형성계획에서도 "주거의 집중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특정지역을 잘라내 방치하는 방식은 안된다"는 의견이 맞섰다.

마스다 대표는 "국민들이 어디에서 살지는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이고, 도시계획의 권한도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며 "지역주민의 주거와 관련한 논의를 보다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5일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열고 이번 노토반도 지진 피해규모가 주택과 사회인프라 등을 합쳐 2조6000억엔(약 23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생활 재건 △생업 재건 △재해 복구 등의 큰 틀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생활 재건을 위한 가설주택의 건설과 피해가구에 대한 최대 300만엔(약 2700만원) 지원책 등이 담겼다고 전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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