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일 '우크라 지원안' 타결 시도

2024-01-31 10:31:41 게재

한달여만 정상회의 헝가리 반대 넘을까 … 만장일치 무산시 '플랜B' 거론도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내달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집결해 헝가리의 반대로 가로막힌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대한 합의를 다시 시도한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장기지원안에 반대하는 헝가리에 할당된 EU 기금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부다페스트에서 외신기자 브리핑을 하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부다페스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중단된 상태라 EU의 지원마저 막힐 경우 우크라이나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30일 EU 고위 당국자는 언론을 상대로 사전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장기지원안을 포함한 다년간 지출예산(MFF) 개정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MFF는 7년 단위로 짜는 EU의 공동예산 계획이다. EU가 매년 연간 단위의 구체적 예산 편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출 상한 역할을 한다.

집행위는 작년 6월 우크라이나 지원 장기화, 친환경 산업 육성, 이민자 대응 등으로 예산이 부족하다며 2021∼2027년 MFF 증액 개편안을 제안했다. 개편안에는 EU 공동예산과 대출 방식을 혼합해 우크라이나에 총 500억유로(약 72조원)를 2027년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집행위 초안을 토대로 각국 의견을 수렴한 결과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 중 26개국이 MFF 개정에 동의했으나, 헝가리의 반대로 최종합의가 무산됐다.

이에 EU는 한달여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특별정상회의에서 재타결을 시도하는 것이다.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특별정상회의에서 EU 정상들이 "혁신적 결론"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우리 모두가 부담하게 될 대가가 너무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관건은 헝가리의 동의 여부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이날 공개된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과 인터뷰에서 "매년 27개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금을 전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해법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간 단위 결정도 마찬가지로 만장일치라는 동일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사실상 '무조건 반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단은 강경했던 입장이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26개 회원국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매년 우크라이나에 돈을 보낼 때마다 헝가리의 거부권 행사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EU 당국자는 설명했다.

앞서 헝가리가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EU가 헝가리에 할당된 EU 기금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헝가리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열어 놨다.

오르반 총리의 정책보좌관인 오르반 벌라주는 이날 엑스(X)를 통해 "'별도 주의사항'이 전제된다면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EU 예산 사용은 별도 EU 부채 발행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27일 EU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는 만일 헝가리가 끝까지 반대한다면 만장일치를 피할 수 있는 '플랜B' 가동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오르반 총리가 동참하든, 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이번 특별정상회의 결과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의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군사지원과 국경 관리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105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추가 안보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고, 이중 600억달러(약 80조원)가 우크라이나 지원 몫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지원을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 등을 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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