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제 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2024-01-31 10:31:41 게재

"전략적 타격" 언급

"전쟁 가능성 경계해야"

북한이 30일 서해상으로 발사한 수발의 순항미사일이 기존 '화살-2형'이었다고 31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인민군은 1월 30일 조선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훈련을 진행했다"면서 "해당 훈련은 우리 군대의 신속반격 태세를 검열하고 전략적 타격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으며 주변 국가 안전에는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반격 태세를 확인했다고 주장한 것에 비춰볼 때 미사일 전력화를 마치고 실전 배치했음을 시사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해당 미사일이 지면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도에서 날아가는 모습을 부각한 사진을 공개한 것은 순항미사일 최대 강점인 저공비행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30일 오전 7시께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한 것을 비롯해 지난 24일과 28일에도 서해와 동해상으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발사했다. 화살-2형은 화살-1형과 더불어 북한이 최근 개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사거리는 1800∼2000㎞ 정도다. 북한은 화살-1형과 화살-2형에 전술핵탄두인 '화산-31'을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잦은 도발에 대해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록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우발적 충돌이나 국지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는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마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그가 잘못 판단해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도 한국과의 전쟁이 미국의 군사 개입과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함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려해야 할 이유가 많긴 하지만 김정은은 어떤 나라도 특히 미국을 상대로는 핵전쟁을 이길 수 없음을 인식하는 합리적인 행위자"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남한 영해를 향한 미사일 발사와 드론 비행,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낮은 수위의 도발을 통해 남한의 보복 대응을 유도하고 이런 상황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며 "지금은 패닉에 빠질 때가 아니라 북한에 (미국의) 결연함과 힘에 대한 신호를 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미국평화연구소(USIP) 기고문에서 한미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잠시 내려놓고 위험 감소에 집중할 것을 주장했다. 한미가 북한과 남북 군사합의에 담긴 일부 신뢰구축조치 복원과 미사일 시험발사 사전 통지, 위기 대화 채널 구축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인혼은 "전쟁을 피하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달성하려면 억제는 외교와 함께 가야한다"면서 "외교 노력을 재개해야 할 때가 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조현동 주미대사는 북한의 도발 및 대남 위협에 동요하지 않고 한미 및 한미일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북한의 공격적 언행과 도발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듯 북한의 도발에 절대로 동요하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북한 도발은)한미 대응 태세 및 한미일 공조 강화로 귀결될 뿐이라는 것을 더 잘 인식시킬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로 복귀할 수 있는 전략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한미 확장억제(미국의 핵우산 제공) 실행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확장억제 가이드라인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미는 최근 북한이 고강도 대남 위협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탄도 미사일 등을 대거 공급한 정황도 전쟁 준비를 하는 나라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한미의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한미는 북한이 과거 연평도 포격, 천안함 공격과 같은 국지적이고 기습적인 무력 도발이나, 또 다른 형태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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