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민봉기, 국민·정부 지지 끌어냈다

2024-02-08 13:00:01 게재

프랑스 정부도 농민 편에

불공정 FTA 반대 의견일치

프랑스에서 일어난 ‘농민봉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가 급등, 불공정한 유통구조에 따른 농가부채 증가, 개방농정 등으로 농업소득을 떨어뜨리는 원인들이 최근 몇년간 누적되자 농민들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1월 29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15번 고속도로에서 농민들이 트랙터 등을 몰고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눈에 띄는 것은 프랑스 정부가 철저히 농민 편에 섰다는 점이다. 8일 EU와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면세경유 종료 철회방침, 각종 신고·허가 등의 규제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휴경지를 4% 유지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공동농업정책(CAP) 수정, 관세가 면제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등 불공정 경쟁 농산물의 수입 제한 등을 유럽연합(EU)에 요청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부처장관들도 EU-메르코수르(남미 4개국) 자유무역협정(FTA)에 강력한 반대 의사까지 표하며 농민 달래기에 나섰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프랑스는 원하는 것을 유럽에 강요할 만한 충분한 힘이 있다”고 말했고, 마르크 페노 농무부 장관은 “프랑스와 유럽 생산자들이 불공정 경쟁을 피할 수 없는 한 메르코수르와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시위는 공무원까지 현장에 나와 농민들을 지지하고 농업의 가치를 역설하는 등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 농민들이 수도 파리로 향하는 이유다. 파리 각지에서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7일에는 한 옥시타니 지역지부가 농업의 가치를 상기시키겠다며 파리 렁지스 농산물 도매시장 무력화를 시도했다. 유럽 최초 신선 농산물 도매시장이기도 한 렁지스 도매시장은 서울 가락시장의 약 4배 규모 부지에서 매년 300만톤의 농수산물을 중개하는 프랑스 최대 도매시장이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최남부 레지옹 옥시타니에서 첫 봉쇄 행동이 발생했다. 오트가론주의 축산농민 제롬 베일이 주도한 시위는 오트가론을 관통해 툴루즈와 스페인을 잇는 A64 고속도로를 트랙터와 짚더미로 막는 집단행동을 일으켰다.

전국 주요 농민단체들도 공식 총동원령을 통해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제1 종합농민단체 FNSEA, 우파 성향의 코디네이션 루랄(Coordination Rural)에 이어 25일에는 ‘제3노조’라 일컫는 진보 성향의 농민단체까지 전국 회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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