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위협’에 공화당 분열

2024-02-13 13:00:02 게재

“폭력배 편드는 일” vs “부당한 의무분담 항의” … “낡은 고립주의 세력 부활”

전 미국 대통령이자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에서 열린 ‘투표 참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백악관과 동맹국들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의회전문매체 더힐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미국의 대외 약속을 지키려는 공화당원들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들’ 사이에 분열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러시아가 공격해도 나토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란 비판과 우려도 쏟아지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내홍을 예고하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경선 주자였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미 NBC 인터뷰에서 “이것이 내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던 이유”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정적을 살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돕는 것이라며 “상대를 죽이는 폭력배의 편을 들면 안 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제 우리는 나토 동맹국들이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며 “하지만 러시아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지 않고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오클라호마)은 “우리가 동맹국을 외면해야 한다는 데 결코 동의하지 않느다”면서 “분명히 모든 사람은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게 내버려두겠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아이오와)도 “유럽은 분명히 우리의 파트너”라며 “그런 것을 조장해선 안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했던 존 볼턴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위협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MSNBC의 ‘디스 위크엔드’에 출연해 “그(트럼프)가 나토에서 탈퇴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며, 북대서양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극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인 의원과 캠프측 인사들은 정반대 반응을 내놓고 있다.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고위 간부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거의 모든 대통령은 한번은 다른 나토 회원국이 충분히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에 불평을 한 적이 있다”며 “트럼프는 단지 그 불평을 이런 단어들로 처음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토미 터버빌 상원의원(앨라배마)도 트럼프의 발언은 방위비 부담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은 회원국들을 “비꼬는 것일 뿐”이라며 “이들 대부분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더힐에 말했다.

제이슨 밀러 트럼프 캠프 선임고문은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들에 나토 지출을 늘리도록 요구했지만, 바이든 정부는 다시 그들이 미국 납세자들을 이용하도록 허용했다”며 트럼프를 강력하게 옹호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밴더빌트대학의 토마스 슈워츠 교수(정치학)는 “이는 공화당의 낡은 고립주의 세력이 부활한 것”이라면서 “나는 여전히 국제주의 공화당이 지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투쟁이 될 것”이라고 더힐에 말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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