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라파 공격’놓고 충돌

2024-02-13 13:00:02 게재

미 “대규모 군사작전 안돼”

이 “전쟁에 지자는 소리”

팔레스타인 난민들 집결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지구에 대한 공격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파 공격을 공언한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이 더 이상 뒷배 노릇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자칫하면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의 위상마저 동반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한 뒤 브리핑에서 “라파로 대피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안전과 그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할 믿을만한 계획 없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파에 있는 많은 사람은 북부의 폭력을 피해 살던 곳을 여러 차례 떠나야만 했고 이제 그들은 라파로 몰려 노출되고 취약하다”면서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어떤 강제 이주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진행 중인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 “가자지구에 최소한 6주 기간의 즉각적이며 지속적인 평온을 가져다줄 것이며 이 시간을 이용해 더 항구적인 것(평화)을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파지구에 대한 공격을 만류하고 휴전협상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날 새벽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 마지막 피란처인 라파에 대한 공격을 결국 감행했다. 로이터 통신,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투기와 전차, 선박이 공습에 참여했으며 모스크(이슬람 사원) 두 곳과 주택 여러 채가 공격받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약 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전쟁이라고 비난했지만, 이스라엘은 2명의 인질을 구출한 것을 성과로 내세우며 라파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이번 공격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반대 입장을 밝힌 지 얼마 안 돼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더욱이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과 통화를 할 즈음 미국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라파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해 바이든을 무시하는 이른바 ‘바이든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방송 인터뷰에서 라파 공습에 대한 반대 주장에 대해 “전쟁에 지자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냈던 미국 내부에서도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극우세력에 대한 성토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유럽연합(EU)도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은 엄청난 민간인 희생이 뒤따를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번 라파 공격에 대해 “군과 (정보기관) 신베트가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아직 구출하지 못한 134명의 인질이 있다.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소셜 미디어 엑스(X)에 인질 구출 환영 인사를 남기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는 것만이 모든 인질 석방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국제사회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태도는 분명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고 보복전에 나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서 대규모 지상작전을 전개한 뒤 최근 최남단 도시 라파로 진격을 준비해 왔다.

특히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는 국제사회가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자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려있는 곳이다. 약 24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 중 절반 이상인 140만명 가량이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로 진격하면서 주민들에게 남부로 강제 이주하라고 주장해 놓고 이제는 최남단 라파마저 공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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