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도 늙어간다 … 사회보장제도 미비·성장률 저하 우려

2024-02-13 13:00:02 게재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세

공적연금 가입 등 사회보장적용 낮아

동남아 노동력 의존 한국·일본도 영향

동남아시아 각국이 앞으로 빠르게 늙어가면서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과제가 제기된다. 이르면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범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유엔 추계에 의하면 동남아시아 11개 국가의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평균 68%에 달했다. 하지만 생산인구의 비중은 이르면 올해부터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태국은 2013년, 베트남도 2014년부터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 최대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도 2030년 전후면 생산인구의 비중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동남아는 2019년 ‘고령화사회’의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7%를 넘어섰다. 이러한 흐름은 갈수록 빨라져 2043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4%를 넘어서 ‘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행하는 기간이 24년으로 일본이 197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24년 만에 고령사회에 들어선 속도와 비슷하다. 특히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이후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해 17년 만에 늙은사회가 됐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동남아 개별국가의 상황을 봐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음이 확인된다. 싱가포르의 경우 전국민 평균연령이 41.5세로 일본(47.9세)이나 한국(42.9세)에 비해 낮지만 미국(39.8세)보다 늙은 사회가 됐다. 태국(39.2세)도 이미 40세를 넘보고 있고, 베트남(33.6세)도 빠르게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베트남 최대도시인 호치민시 당국은 지난달 올해 최대 32만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제조업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노동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필리핀(29.3세)과 같이 아직 사회전체의 평균연령이 20대에 머물러 있는 국가도 있다.

인도네시아 대선을 앞두고 12일 수도 자카르타의 국회의사당 밖에서 공정한 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이들 국가 대부분이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공적연금 가입 비중은 20%대 수준에 그쳤다. 비교적 높은 싱가포르의 경우도 60%에 미치지 못하고,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40%대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현역세대의 은퇴이후를 대비해 국가가 공적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실제 가입한 비중은 저조한 수준이다.

근로자 등 생산에 참여하는 인구의 정년에 대한 인식도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떨어진다. 예컨대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의 근로자는 대체로 정년이 55세에 그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정년이 60세에 이르지 못한다.

태국의 경우 이미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16% 수준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의 정년도 짧아 노동력 공급에 어려움이 제기될 두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태국이 2000년대 들어 연평균 5~6%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향후 5년 동안 평균 3%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동남아 각국이 이처럼 향후 빠르게 고령화되고 생산인구가 감소하면 한국과 일본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1995년부터 생산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사회·경제 전분야에서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동남아 출신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는 일본은 노동력 충원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기준 베트남(52만명)과 필리핀(23만명) 등 동남아 출신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가토 히사카즈 메이지대학 부학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동남아의 인구구조 변화는 일본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동남아 각국이 자국 노동력이 줄어들면 일본으로 노동자를 송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92만3000명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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