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은행, 트럼프 대선승리 바라나

2024-02-13 13:00:03 게재

바젤III 개혁안에 거센 반발

트럼프 당선으로 폐기 원해

은행자본 건전화 개혁방안인 ‘바젤III’ 최종안을 놓고 미 규제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월가 대형은행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바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바젤 개혁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마련된 것으로, 전세계 은행자본을 건전화해 금융위기시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월가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 100달러당 9~13달러를 보통주 자기자본(CET1)으로 쌓아두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바젤 III 최종안에 따르면 자산 1000억달러 이상 은행들은 자기자본을 평균 16% 늘려야 한다. JP모간 등 월가 대형은행들에 적용하면 위험가중자산 100달러당 평균 2달러를 추가로 쌓아야 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같은 최종안이 확정될 경우 JP모간 등 월가 8대 은행들이 보유한 보통주 자기자본 초과액 1450억달러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물론 440억달러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월가 은행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 당초 의견수렴 기한은 지난해 11월 30일이었지만 지난달 16일까지로 연장된 바 있다. 로펌 ‘레이텀 앤 왓킨스’에 따르면 개정안 초안을 전부 또는 일부 반대하는 의견은 347건이 제출된 반면 찬성하는 의견은 9건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은행들의 반대 의견은 대략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자본금을 크게 늘릴 필요가 없다, 둘째 은행의 자본시장 중개기능을 저해한다, 셋째 주택·환경 등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은행 대출을 위축시킨다는 것.

JP모간체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제레미 바넘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바젤III 개혁안과 관련해 규제당국을 고소하는 것은 결코 선호하는 옵션이 아니다”라면서도 “테이블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CFO 데니스 콜먼은 지난달 16일 “누구도 이것이 초안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규제안에 대한 합의 도출을 추구하는 연준 이사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미셸 보우먼과 크리스토퍼 월러는 바젤III 초안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를 반대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16일 “바젤III을 철회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 보우먼 이사는 “개혁안을 상당부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제롬 파월도 유보적인 자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향후 전개상황을 3가지로 예상했다. 당국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바젤III 개혁안을 확정하는 것. 이 경우 바넘 CFO가 언급한 대로 은행들의 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은행들은 규제당국이 법률제안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와 분석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절차적 문제를 중심으로 법적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2가지 가능성은 당국이 규칙을 대폭 변경하거나 아예 규칙을 철회하고 다시 시작하는 방안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하지만 어느 경우든 제안과 의견수렴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월가 개혁에 적극적인 바이든정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방의회심사법에 따르면 의회는 정부부처가 도입한 효력 발생 60일 이내의 모든 규정을 폐기할 수 있다. 다가오는 대선과 미의회 여름 휴회기를 고려하면 올해 7월이 마지노선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때까지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임 기간 은행 자본요건을 완화했던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바젤III 개혁안은 완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월가 은행들이 어떻게 해서든 개혁안 확정시기를 최대한 늦추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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