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유권자 2억명 오늘 투표소로

2024-02-14 00:00:00 게재

조코위 지지 국방장관 앞서

‘민주주의 망쳤다’ 지적도

전국 82만여개에 이르는 투표소에서 2억 5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초대형 이벤트인 인도네시아 선거가 14일(현지시간) 치러진다.

14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 상·하원 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 2만명이 넘는 선출직을 뽑는다. 전체 출마 후보 수는 약 26만명에 달하며 투표관리원 수만 570만명에 이른다. 사전투표 없이 단 하루 만에 직접 선거를 진행해 ‘세계 최대 1일 선거’로 꼽히기도 한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차기 대통령에 누가 될 것인지 여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50%를 넘고, 전국 38개 주 중 과반에서 20% 이상 득표해야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런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1, 2위 후보가 오는 6월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현재 지지율 1위는 현 국방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후보다. 자카르타 주지사 출신 아니스 바스웨단(54) 후보와 전 중부 자바 주지사인 간자르 프라노워(55) 후보가 뒤를 쫓고 있다.

대통령에 세 번째 도전하는 프라보워는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덕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를 넘기면서 ‘1차전’에서 승리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군인 출신 프라보워는 2014년, 2019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조코위 대통령에게 밀려 두 번 모두 낙선했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야당 대표인 그를 국방부 장관에 앉혔고, 프라보워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조코위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삼았다. 이를 두고 헌법상 3연임이 불가능한 조코위 대통령이 프라보워를 통해 사실상 대리 통치를 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조코위 대통령은 프라보워와 독대하는 장면을 여러 번 노출하는 등 선거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장남 라카를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10월 ‘40세 이하는 대통령·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선거법까지 뜯어 고쳤다.

이를 두고 학계나 시민단체, 대학생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코위 뿐 아니라 프라보워도 논란의 인물이다. 그는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 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로 군 요직을 거쳤다. 지금은 수하르토의 딸과 이혼한 상태다. 특히 군에 있을 당시 그는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하고, 파푸아와 동티모르 반군을 잔인하게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프라보워는 혐의를 부인한다.

2위 경쟁을 하고 있는 아니스 후보와 간자르 후보는 어떻게 해서든 결선 투표까지 끌고 간다는 입장이다. 만일 결선까지 갈 경우 두 사람은 연대를 통해 프라보워를 누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학자 출신 아니스는 최대 이슬람 정당인 국민계몽당(PKB)의 무하이민 이스칸다르 대표를 러닝메이트로 삼고 있어 무슬림 지지층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간자르는 집권당이자 최대 정당인 투쟁민주당(PDI-P) 후보여서 상당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일 현지 언론에 공개된 인도네시아 여론조사기관 LSI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프라보워 후보는 51.9% 지지율을 기록했고, 아니스 후보와 간자르 후보는 각각 23.3%, 20.3%였다. 오차범위는 ±2.9%다. 결국 결선 투표 여부는 14일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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