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국민의당’ 바람 일으킨 ‘분할투표’ 이번에도?

2024-02-14 00:00:00 게재

지역구는 A정당 후보 찍고 비례는 B정당 찍는 투표

20대 총선 민주당 지지층 절반, 비례는 다른 당 선택

당시 국민의당 ‘수혜’ … 개혁신당 재연 가능성 주목

8년 전인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의 최대 이변으로는 국민의당 선전이 꼽힌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13석을 포함 총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비례투표에서 26.7%를 얻어 더불어민주당(25.5%)를 제치고 무려 2위를 기록했다.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의 선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22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개혁신당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꼽힌다.

생각에 잠긴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가 20대 총선을 전후해 실시한 두차례 패널조사(1차 조사 2016년 3월 11~16일, 2차 조사 2016년 4월 14~18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당 선전의 궁금증이 풀렸다. 유권자들의 ‘분할투표’가 국민의당을 비례대표 2위로 이끌었다는 것. ‘분할투표’(split ticket voting)는 지역구 투표에서는 A정당 후보를 찍고, 비례투표에서는 B정당을 선택하는 걸 뜻한다. 반대로 지역구 투표와 비례투표가 일치하는 게 ‘일괄투표’다. 내일신문이 20대 총선을 전후해 의뢰한 패널조사에서 ‘분할투표’ 현상이 뚜렷했고, 그 혜택의 대부분을 국민의당이 차지하면서 선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은 유권자 중 비례투표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찍은 건 54.0%에 그쳤다. 나머지 절반은 국민의당(19.6%)과 정의당(17.9%)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새누리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 중에서도 일부 이탈이 나왔다. 비례투표에서 새누리당을 찍은 유권자는 74.8%였고, 15.3%는 국민의당을 택했다. 20대 총선에서는 ‘분할투표’ 현상이 뚜렷했던 것이다.

이에비해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분할투표’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뚜렷한 제3당이 없었던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89.9%가 비례대표에서도 새누리당에 표를 던졌다. 민주통합당 ‘일괄투표’는 78.0%에 달했다.(한국선거학회 설문 기준)

내일신문이 20대 총선을 전후해 의뢰한 패널조사에서 확인된 ‘분할투표’는 경쟁력 있는 제3당(국민의당)에게 유리한 결과를 안겼다. 동시에 민주당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패널조사에서 확인됐듯 ‘분할투표’ 성향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은 비례투표에서는 다른 당을 택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20대 총선 패널조사 결과를 놓고 당시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당이 비례에서 13석을 얻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13일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은 74.8%가 ‘일괄투표’를 했는데, 민주당 지지층은 절반만 ‘일괄투표’했다”며 “진보성향 유권자는 다양성을 중시하고, 보수 유권자는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도 20대 총선과 같은 ‘분할투표’ 현상이 나타날지 관심이다. 거대여야에서 이탈한 4개 세력이 손잡은 개혁신당이 나섰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은 지역구보다는 비례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20대 총선 결과에 비춰본다면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비례투표에서 개혁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주당에서도 비례투표 이탈을 막기 위해 진보 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을 추진 중이지만, ‘분할투표’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분할투표’ 반사이익도 바라지만, 개혁신당 출현으로 인한 정권심판 표심의 분열에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과 개혁신당 후보들이 정권심판 표심을 나눠가지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1000~2000표차로 승패가 엇갈리기 일쑤인 수도권에서는 개혁신당 출현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들이 정권심판 표심을 분산시켜준 덕분에 여당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북갑과 도봉을, 관악을 등에서 당선될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