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연합’ 참여 놓고 찬반 팽팽 … 선거연합 ‘녹색정의당’ 위기

2024-02-14 00:00:00 게재

‘반윤 연대’냐 ‘독자적 위상’이냐 … 내부선 실리와 명분 싸움

당원 의견 모아 지도부 결정 검토 … 김준우 “이번 주 확정”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반윤(반윤석열) 빅텐트’에 들어갈 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녹색당은 이미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정의당 내부는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주 중에 결론을 내기로 하고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할지 고심중이다. 민주당의 ‘준위성정당’ 동참으로 결정난다면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이 붕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는)이번 주 안에 결정한다”며 2가지 고민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4년 전과 달리 윤석열정권 심판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이나 지지층에서도 원하시는데 국민의힘 아닌 정당들 간의 연대, 연합을 지난 총선보다는 좀 골똘하게 고민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적 위상과 노선, 그리고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이런 것들이 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가치가 다소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내에서 소통하고 경청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의견충돌 지점을 ‘반윤 연대’와 ‘독자노선’이라는 가치의 대립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정의당 내부를 보면 실리와 명분의 싸움으로 비쳐진다. 민주당 주도의 위성정당인 비례연합정당에 들어가 지역구 연대로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 일부를 확보하는 ‘실리’를 챙길 것이냐, ‘위성정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명분’을 지켜낼 것이냐를 놓고 강하게 붙어있는 상황이다.

녹색정의당이 지역구에서 승리할 만한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일한 현역 의원인 심상정 의원도 당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울산이나 창원 성산 등 과거 정의당이 확보했던 곳에서도 민주당, 진보당이 양보하지 않으면 배지를 달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례의석 역시 ‘3% 봉쇄조항’을 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녹색정의당 지지율은 1~2%로 급락한 데다 민주당 지지층이 정당투표를 정의당에 던졌던 ‘교차투표’가 이번 총선에서도 작동할지도 불확실하다.

녹색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예전과 같이 다소 강해있다면 비례연합정당 참여 자체를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의당이 약해진 상황에서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고민 지점들이 있어 당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역구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들과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례연합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녹색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여부 결정을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위원회 의결로 할지, 아니면 전당원 투표로 할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당원 투표로 할 경우 지도부가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당원들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민주당의 선거제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당원들의 의사를 여론조사 방식으로 확인한 후 지도부에서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현재 전국위원회 구성원의 60%이상이 정의당 출신이고 당원 대부분 역시 정의당 소속으로 구성돼 전국위원회나 당원 투표로 결정하게 되면 정의당 의사 위주로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리더십을 좀 더 발휘할 수 있지 않냐라는 질문들을 많이 해 주시는데 (녹색당과 같이 하고 있어)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십의 문제가 또 있기 때문에 쉽게 속도가 나지 않는 구조가 있다”고 했다.

한편 녹색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게 되면 녹색정의당 플랫폼이 무너질 가능성뿐만 아니라 정의당 내부에서도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고심 끝에 거부’쪽으로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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