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선 승리선언

2024-02-15 13:00:01 게재

조코위 대통령 지원으로 결선없이 당선 유력 … 경쟁 후보들 불복 움직임도

1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 기호 2번으로 출마한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후보가 보고르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프라보워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보고르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현 국방부 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후보가 승리를 선언했다. 유권자만 2억명이 넘는 초대형 이벤트인 이번 선거에서 프라보워는 표본 조사 개표 결과 득표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을 확인한 뒤 지지자들 앞에 등장해 승리를 선언했다.

프라보워는 “표본 조사 결과 과반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승리는 모든 인도네시아인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교만해서도 자만해서도, 도취해서도 안 되며 겸손해야 한다”며 “이번 승리는 인도네시아 국민 모두의 승리여야 한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최고의 아들딸들로 구성된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립 여론조사업체 포퓰리 센터가 진행한 표본 개표에서 오후 9시 24분 현재 프라보워는 59.21%를 득표했다. 개표율은 95.04%다.

다른 조사기관들도 90% 내외의 개표율을 보이는 가운데 프라보워가 57~60%의 득표율을 기록,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표본 조사 결과가 대체로 맞다면 프라보워는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결선 투표 없이 1차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50%를 넘고, 전국 38개 주 중 과반에서 20% 이상 득표하면 결선 투표 없이 대통령이 확정된다.

프라보워는 2014년과 2019년에도 대선에 출마했지만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에 밀려 번번이 낙선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함께 선거를 치르면서 조코위 대통령의 ‘후광’까지 얻었다.

경쟁자였던 아니스 바스웨단(54)과 간자르 프라노워(55) 후보는 최종 개표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며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선 기간에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며 불복할 수 있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조코위 대통령의 노골적 지원에 대해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커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프라보워와 독대하는 장면을 여러 번 노출하는 등 선거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고, 장남 라카를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10월 ‘40세 이하는 대통령·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선거법까지 뜯어고쳤다.

인도네시아 대선은 유권자가 2억500만명에 이르고 투표소만 전국 82만여개라 개표에만 1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히퉁 츠팟(hitung cepat·신속 집계)이라고 불리는 표본 개표를 통해 미리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 표본으로 지정된 투표소의 투표함을 선관위가 지정한 조사기관들이 개봉해 집계하는 방식이다.

최종 선거 결과는 내달 20일께 발표되며 프라보워 당선이 확정되면 오는 10월 20일 5년 임기의 인도네시아 8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한편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는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 상·하원 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 2만명이 넘는 선출직을 뽑는다. 전체 출마 후보 수만 약 26만명에 달하며 투표관리원 수만 570만명에 이른다. 사전투표 없이 단 하루 만에 직접 선거를 진행해 ‘세계 최대 1일 선거’로 꼽히기도 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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