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쿠바 수교에 북 ‘기시다 카드’ 맞대응

2024-02-16 13:00:08 게재

김여정 15일 담화 발표

“일 정치적 결단하면,

총리 평양방문 올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기시다 후미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전격 발표된 한국-쿠바 수교에 대응해 북한이 북일정상회담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의향을 비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미 다 해결된 납치 문제”와 “조일관계 개선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핵·미싸일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 지목했다.

김 부부장은 기시다 총리의 지난 9일 북-일 정상회담 추진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조일(북일)관계 문제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립장을 표시한 것으로 된다고 평가한데 대해서도 유의한다”면서 “기시다 수상의 이번 발언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일관계를 진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일정상회담 추진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서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우리(북한) 국가지도부는 조일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접촉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기시다 수상의 속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해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2019년 이후 대외메시지 발표를 담당해온 김 부부장은 그동안 ‘위임에 의해’라는 전제를 붙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는데 이날 담화에서는 이런 입장이 “어디까지나 나 개인적인 견해”라며 “공식적으로 조일관계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며 선을 긋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북일정상회담의 한쪽 당사자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이날 담화가 김 위원장의 의중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하자 나흘뒤 기시다 총리를 ‘각하’로 호칭하며 위로 전문을 보냈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한국-쿠바 외교관계 수립 발표가 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은 반세기 넘는 ‘형제국’이었던 쿠바의 노선 변경에 충격을 받은 북한이 북일관계 개선 모색으로 맞대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쿠바와 수교가 우리에게 과제였던 것처럼 북한으로서는 일본이 과제”라며 “담화 발표 시점상 한-쿠바 수교로 뼈아픈 북한이 외교 다각화와 한국 흔들기 의도로 이런 메시지를 내놓았을 수 있다”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도 “한국과 적대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일본과는 협력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한-쿠바 수교에 대해 북일 협력관계로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