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인구대국에서 경제대국 노린다

2024-02-16 13:00:33 게재

조코위정권 10년, 매년 5% 이상 안정적 성장

장남 부통령 당선 유력 … “조코위정권 시즌2”

동남아시아 인구대국 인도네시아가 경제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분수령을 맞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 집권 10년간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지면서 젊은 인구대국의 힘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 부통령 후보로 나서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조코위정권 시즌2’가 열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 집권 10년은 인도네시아 경제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조코위 대통령이 취임한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5% 넘는 안정적인 고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5.0% 성장한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020년(-2.1%)과 2021년(3.7%)을 빼면 매년 5%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은 최근 지난해 실질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5.05% 성장해 2022년(5.31%)에 이어 2년 연속 5%대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거시경제 세부지표도 조코위 정권 10년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취임 첫해인 2014년 8%를 넘어섰지만, 이후 2~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때는 1%대로 하락했다 2022년 6%까지 상승했지만 최근 2%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관리도 준수하다는 평가다. 취임 당시 경상수지는 70억달러 적자를 보였지만 2020년 3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실시된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사진 왼쪽)가 투표가 마감된 후 자카르타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아들인 부통령 후보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의 모습. AFP=연합뉴스

재정적자는 코로나19 때를 빼면 조코위 대통령이 내세운 ‘GDP 대비 3% 이내’라는 목표를 지켰다. 외환보유액 규모도 취임 당시 1110억달러에서 최근 1450억달러 규모로 늘렸다. 자카르타종합지수는 취임직후 5000포인트를 밑돌았지만, 최근 7000까지 상승했다. 특히 취임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점과 맞물려 대규모 자금유출 우려가 컸지만 무난히 방어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조코위 대통령 집권기간 경제가 성장한 배경에는 강력한 산업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원자재를 가공하지 않은채 수출했지만 조코위 정권이 들어서면서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고 자국내 재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끌어올렸다. 대표적으로 2020년 니켈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을 비롯한 국가에서 이를 정제하는 공장에 투자하고 전기자동차 관련 직접투자도 급증했다.

지난 14일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프라보워 대통령 후보는 선거유세 등의 과정에서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부를 관리하고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해 자국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헐값으로 내다팔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앞으로도 광업은 물론 어업이나 농업 등의 분야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과 인공지능(AI)과 로봇산업 등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발전에서 석탄발전이 60% 넘게 차지하고 있어 이를 탈탄소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예상된다. 프라보워 후보측은 특히 전기자동차(EV)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외자를 유치하고 자국내 기술개발도 촉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체가 기존 엔진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 등의 자동차업체가 EV 생산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향후 경제성장 전망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IMF는 인도네시아가 2028년까지 5%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2030년까지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억8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4위 인구대국이면서 중위연령이 29.7세에 불과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젊은 나라’ 인도네시아의 미래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제기되는 과제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인도네시아의 인구도 2030년쯤 정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운 정권이 향후 5~10년 사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새롭게 재편하느냐의 여부가 선진국으로 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4일 치러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지지하는 프라보워 대통령 후보와 조코위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선관위는 오는 20일 전후 이번 대선 최종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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