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기업, 장기적 전망 밝아”

2024-02-16 13:00:33 게재

미 수출통제, 중국에 기회

번스타인·바클레이스

“베이팡화창·하이곤 주목”

미국 월가의 많은 투자기업들이 중국주식을 멀리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중국 반도체기업 주식을 주목하라고 권하고 있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와 미국 투자회사 번스타인이 대표적이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중국 베이팡화창(Naura)과 하이곤정보기술이 향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는 미국의 노력이 오히려 중국 반도체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한다는 것. 생존이 달린 중국 기업들에겐 막대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콩 소재 자산운용사 차이나비전캐피털 대표 쑨졘보는 “벤처투자자들이 중국 반도체시장에서 결국 살아남을 기업을 골라낼 기회로 가득찼다”며 “중국 반도체업계에 지속적으로 자원이 투입되면서, 일부 토종 중국기업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2월 이래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 약 6조500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같은 전망은 과장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게다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인공지능(AI) 컴퓨팅에 쓰이는 엔비디아 칩,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ASML 장비 등 주요 기술을 수출통제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대표적으로 화웨이와 중신궈지(SMIC) 등 중국 기술기업들은 각종 제재를 받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입,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번스타인은 베이팡화창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가장 비교할 만하다고 꼽았다.

이 기업 애널리스트 린칭위안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제조사로서 가장 다각화된 베이팡화창은 내수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린칭위안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에 대한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양날의 검으로 본다”며 “최첨단 기술 영역에서 중국의 발전을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중국이 자체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자급률을 높이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기업은 하이곤이다. 이 기업은 미국정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리기 전인 2019년 6월까지 AMD 기술을 사용해 서버용 칩을 만드는 라이선스를 갖고 있었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하이곤은 미국기술 접근에서 배제된 이후 자체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데이터센터들이 자사 반도체로 전환하도록 만들면서 향후 큰 폭의 이익이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 분석을 종합한 결과 베이팡화창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면 베이팡화창보다 매출이 약 10배 많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경우 올해 매출 증가율이 1%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중국증시에 상장된 하이곤 주가는 36% 상승했다. 미국 반도체기업이 상장된 나스닥100 지수의 40% 상승과 비슷했지만 AMD의 110% 상승률과 비교하면 크게 낮았다. 베이팡화창 주가는 같은 기간 2% 하락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찬 계획은 어려워 보인다. 바클레이스는 “외국기술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의 노력은 장거리여행에서 이제 막 출발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반도체업계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하면서 향후 5~7년 내 중국 반도체 생산량이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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