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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째 기득권, ‘교섭단체 우선 배정’ … 거대양당구조 공고화

2024-02-16 13:00:39 게재

교섭단체 절반 먼저 갖고 이후 의석수·득표율 반영

세금인 국고보조금·선거보조금, 올해 1천억원넘어

헌법재판소 “소수정당 불리” … 중선관위 “폐지”

독일 벨기에 등 총선 득표율 중심 배분 원칙 유지

제 3지대 신당인 개혁신당이 경상보조금 6억 원을 지원받기 위해 무소속 양정숙 의원 영입작전에 나서면서 국민세금으로 정당에 지원하는 보조금에 관심이 높아졌다. ‘의원수 5명’을 넘어야 6억 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이보다 적으면 2억 원으로 뚝 떨어지는 계산법이 ‘보조금의 세계’를 궁금하게 만든 출발점이다. 이 의문의 줄을 잡고 가다가 종점에 가까워지면 국민세금으로 정당에 지급하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이 거대양당 중심으로 분배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헌법재판소나 중앙선관위는 이를 ‘소수정당에 불리한 배분’이라고 지적했다. 거대양당의 기득권이면서 불공정한 분배를 거대양당이 법을 고치지 않으면서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경상보조금 124억원을 7개 정당에 지급했는데 가장 많이 가져간 정당은 163명의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으로 43.82%인 55억 원(천만원자리에서 버림)을 챙겨갔다. 국민의힘은 40.08%인 50억 원을 받았고 3당인 정의당이 6.50%인 8억 원, 5석을 확보한 개혁신당이 6억 원을 받았다. 보유 의석수는 각각 1석씩으로 동일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0.5% 이상을 득표한 진보당은 2억 원을 받은 데 반해 신생 선거연합정당인 새진보연합은 8000만원을 얻는 게 그쳤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2%이상을 득표한 민생당(국민의당)은 보조금 역시 2%인 2억 원을 받아 안았다.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전체의 83%대를 가져갔고 나머지 4개 정당이 17%를 나눠가진 셈이다. 이는 두 정당이 받은 21대 총선 득표율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총선이후 민주당과 합당한 열린민주당의 비례득표율을 합한 38.77%에 비해 민주당은 5%p 이상 ‘과다 수령’했다.

◆거대양당, 공직선거법 개정에 소극적 = 이같은 거대양당 위주의 셈법은 정치자금법 27조에 따라 이뤄진다. 교섭단체에 먼저 총액의 50%가 균등하게 배분된다.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 총액의 5%를, 5석 미만인 정당 중에서 최근 선거에서 득표수 비율 2%를 넘는 정당에는 총액의 2%를 지급한다. 그래도 남으면 이 중 절반은 의석수 비율, 나머지 절반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에 따라 나눈다.

후보등록 직후에 주는 선거보조금 501억 9700여만원도 같은 방식으로 배분된다. 세금으로 나가는 정당지원금이 올해에만 1000억원을 넘고 이는 대부분 교섭단체인 거대양당 중심으로 배분된다는 얘기다.

1980년 이후 44년간 지속돼온 교섭단체 중심의 보조금 분배방식에 대해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의원 20명이상 보유하고 있는 교섭단체들이 ‘과다 지원’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관위는 정당국고보조금 배분방식에 대해 “보조금 총액의 50%를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우선적으로 균등배분하도록 하고 있는 배분기준을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대신 5석 이상 또는 직전 선거에서 일정 비율을 득표한 정당에 대한 5% 또는 2%의 우선배분 기준이나 잔여분의 국회의원선거의 득표수 비율에 따른 배분 지급은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같은 중앙선관위 의견에 대해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유리하게 된 우선배분은 없어지고, 대부분의 보조금은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되게 된다”며 “선관위의 제안은 현행 보조금 배분방식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대규모 정당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조국신당’ 창준위 출범식서 국기에 경례하는 조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가칭)조국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신당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헌재 “거대정당, 국고보조금에 의존” = 헌법재판소 역시 정당 후원회 금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문에서 현행 정치자금 공급구조가 군소정당에 불리한 측면이 있음을 언급했다 “거대정당들이 국고보조금에 의존하여 운영돼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가중되고 일반 국민과의 거리가 멀어지게 될 우려도 존재한다”며 “향후 정당후원회가 허용되면 국고보조금의 배분, 지급 구조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은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개선방안과 비슷하게 일정 수의 의석만 확보하면 기본보조금을 균등배분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득표수를 기준으로 배분하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 등은 의석수와 득표수 비율을 동등하고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현재 의석수 중심의 배분방식을 채택한 나라가 드물다는 얘기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거대양당은 소극적이다. 국고보조금 배분 기득권을 이 제도가 도입된 1980년 이후 틀어쥐고 있다. 처음엔 의석수 상위 4당에 5%씩 우선배분했고 1991년부터는 교섭단체 구성정당에게 절반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사실상 처음부터 교섭단체 우선 균등배분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입법조사처는 “(정당국고보조금과 선거보조금 등) 정치자금법 개정은 최종적으로 입법권을 지닌 국회에서 결정될 사항”이라며 “국회는 국고보조금 배분에 있어 대정당과 군소정당의 형평, 유권자의 정치 참여 효과 등 다양한 요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실성 있는 대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리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안은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 표현이라 할 수 있는 득표율만을 배분 기준으로 했는데, 현재처럼 의회 내 정치력을 나타내는 국회 의석수도 배분기준으로 고려하자는 견해도 적지 않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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