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안보리 휴전결의 또 거부 시사

2024-02-19 13:00:01 게재

아랍권 이사국 알제리 “20일 표결” 요청 … 미 유엔대사 “중동협상 방해”

18일 가자지구 알 누사이랏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파괴된 거리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랍권의 요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조만간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미국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비쳐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18일(현지시간) 알제리가 제안한 팔레스타인 문제 관련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대해 “안보리에 제출된 결의안 초안은 진행 중인 협상이 목표로 하는 결과들을 이루지 못할뿐더러 그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린필드 대사는 또 “우리는 이 같은 우려를 안보리 이사국들에 반복해서 전달해왔다”면서 “미국은 초안에 담긴 사안을 지지하지 않으며 초안대로 표결에 부쳐진다면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이사국 알제리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달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하라는 임시 명령을 내린 뒤 중동 국가들을 대표해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고, 오는 20일 표결에 부칠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미국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만큼 초안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가자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 최우방 미국은 안보리에서 제기된 휴전 촉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두 차례 행사해 채택을 무산시킨 바 있다.

다만,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 및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결의안 2건에 대해선 거부권 대신 기권을 선택해 채택을 용인하기도 했다. 안보리 결의는 15개 중 9개국 이상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이런 의사와 별개로 이스라엘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채택했다.

18일(현지시간)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일방적 조치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제출한 결의문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영구 정착에 관한 국제사회의 강제적 권고를 즉각 거부한다. 이런 정착 문제는 당사자 간 조건 없는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지속해 일방적인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반대할 것이다. (작년) 10월 7일 학살 이후에 행해지는 국가 인정은 테러에 전례 없이 엄청나게 큰 상을 주는 것으로 미래 평화 협약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주장도 담겼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이스라엘에 강제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국제사회의 언급이 있었다. 이런 시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결의문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정책 옵션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미국의 아랍권 동맹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포함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포괄적 평화협상 계획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번 결의문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다가오는 이슬람 성월 라마단까지 남은 이스라엘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으면 “일을 끝내겠다”며 팔레스타인 남부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라파지역은 팔레스타인 피란민 밀집 지역으로 국제사회와 미국까지 나서서 이곳에 대한 공격을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민간인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라파지역까지 공격할 경우 집단학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라파에 대한 공격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어 라마단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3월 10일까지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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