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발니 죽음에 “볼수록 미국같다”

2024-02-20 13:00:01 게재

본인 재판과 연결 바이든 공격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급사한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발니의 죽음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는 논리를 펴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했다.

이번 의문사에 대해 사흘간 침묵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나에게 갈수록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각하게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모자란 급진 좌파 정치인과 사법부는 우리를 점차적인 쇠락의 길로 이끌고 있다”며 “뚫린 국경과 조작된 선거, 불공정한 판결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쇠락 중인 실패한 나라”라고 주장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나발니 사망 72시간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언급을 내놓았지만, 누구를 비판하지도 애도를 표하지도 않았다”며 “그는 다만 나발니의 죽음을 자신의 재판과 연결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4개의 형사사건에서 91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민사소송에서도 잇따라 패하며 천문학적인 벌금과 배상금을 내야할 처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 소셜에 ‘바이든:트럼프::푸틴:나발니’라는 제목의 보수 매체 TIPP 인사이트의 사설을 그대로 올린 바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발니의 관계에 견줄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해당 사설은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나발니가 조작된 범죄로 기소돼 투옥됐으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의회난입 사태 기소 등으로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과시해 왔다.

그는 지난주 유세 당시 푸틴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발언한 사실을 언급하며 “푸틴이 사실상 나에게 엄청난 찬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현재 하원에 계류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예산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