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제 연휴 여행소비 ‘빈익빈 부익부’

2024-02-20 13:00:02 게재

해외 항공·호텔 예약 크게 늘어

국내 장거리 버스 이용도 급감

중국에서 춘제 연휴는 긴 공휴일 중 하나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다. 일반적으로 춘제에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번 연휴를 계기로 코로나 이후 내수 회복에 활력이 생겨나기를 기대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갇혀 지내며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기를 바랐지만 일자리와 소득의 불확실성 속에 이미 지출을 줄여온 저소득층은 춘제 연휴에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팬데믹이 해소되면서 해외로 여행을 가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었지만 반대로 고향 가는 것조차 포기하는 이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8일간의 춘제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역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온라인 여행사 ‘취날’의 데이터를 인용해 8일간의 춘제 연휴 기간 동안 국제선 항공편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배 증가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115개국 1754개 도시로 여행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해외호텔 예약은 5배 증가했다.

중국 여권 소지자들이 태국과 싱가포르를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게 된 가운데 태국, 일본, 말레이시아, 한국, 싱가포르 등은 중국인들이 꾸준히 찾는 인기 있는 여행지로 자리잡았다.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여행 서비스 제공업체인 플리기(Fliggy)에 따르면 뉴질랜드, 러시아, 프랑스, 미국, 이집트 등 더 먼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도 급증하고 있다.

위챗페이를 통한 해외거래 건수를 보면 2023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동남아시아가 여전히 대부분의 여행객이 선호하는 여행지로 꼽혔다. 18일 위챗페이 관계자는 태국 방콕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에서도 대중교통 티켓을 구입하기 위한 결제건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알리페이에 따르면 사용자의 해외결제 건수가 2023년 대비 140% 증가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춘제 연휴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이번 춘제 연휴 동안 해외여행은 약 683만건이 이뤄졌다.

국내 여행 역시 명절 연휴를 맞아 활기를 띠었는데, 일부 경우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 여행과 해외 여행이 모두 중단되기 전인 2019년 최고치를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관광객들은 연휴 기간 동안 총 6327억위안(약 117조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2023년 춘제 연휴 기간보다 약 50% 증가한 수치다.

전국적으로 총 4억7400만건의 국내 여행이 이뤄졌다. 이는 전년 대비 34.3%, 2019년 대비 19%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데이터에 실제 지출 금액이 누락돼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교해 실제 회복세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광컨설팅회사 징젠 컨설팅의 설립자 저우밍치는 “철도, 도로, 수상, 민간 항공을 모두 합치면 춘제 여행이 2019년 수준의 1/4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 및 항공 여객 운송이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이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여행이 증가했음을 뜻한다”면서 “하지만 이것이 장거리 버스 여행의 감소폭을 상쇄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침체의 영향은 항상 아래로부터 위로 느껴지며,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고급 관광은 여전히 비교적 유망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