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위성제작·위성서비스 우주개척 3박자 갖췄다

2024-02-22 13:00:21 게재

방산기술 기반 최고 수준 기술력 갖춰

최근 3년간 8940억원 투입 역량 확대

민간우주시대 개척 허브, 한화 우주관련 사업장 가보니

21일 오전 대전광역시 유성구 세트렉아이 문지연구소. 방진복 차림의 대여섯명 연구원들이 지름 2m 가까운 위성 본체를 앞에 높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 옆에는 지름 1m 길이 2m 정도 내외 검은색 원통이 세워져 있다. 국내 위성업체 세트렉아이가 상용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를 제작하는 현장이다.

이 위성은 내년 3월쯤 일론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려 지구궤도에 올라갈 예정이다. 스페이스아이-티는 30cm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해상도를 갖고 있다. 이는 군사위성을 제외한 상용 광학위성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광학위성은 디지털카메라처럼 렌즈와 이미지센서를 이용해 지구궤도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위성이다. 초기 광학위성은 군사나 첩보용으로 주로 쓰였지만 현재는 자원개발 농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

김도형 세트렉아이 사업개발실장은 “30cm 해상도 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위성개발업체는 전세계에서 이스라엘 프랑스 기업 등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며 “세트렉아이는 세계 최고 수준 광학위성 제작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위성을 제작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연구원들이 1999년에 설립한 국내 유일 위성시스템 개발기업이다.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80억원 지분투자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21일 대전 쎄트렉아이에서 직원들이 세계 최고 해상도의 상용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 세트렉아이 제공

한화그룹에는 세트렉아이 외에도 위성개발 능력을 확보한 기업이 또 있다. 국내 대표 방위산업 기업 가운데 하나인 한화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은 광학뿐 아니라 적외선(IR) 영상레이더(SAR) 위성 탑재체 제작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위성) 3A호와 IR센서 개발을 시작으로 위성 탑재 장비 독자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4일에는 제주도 해상에서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우주발사체에 지구관측위성인 소형 SAR 위성을 실어 성공적으로 지구궤도에 올렸다. 현재 용인 한화시스템연구소에 관제소를 구축해 관제·운용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기업 가운데 저궤도 위성통신서비스인 우주인터넷 사업에도 가장 앞선 기업이다. 2021년 저궤도위성통신서비스 업체 ‘원웹’에 3억달러(3450억원)을 투자했다.

원웹은 일론머스크가 주인인 스타링크와 함께 우주인터넷 분야 선두 업체다. 한화시스템은 원웹 투자를 통해 2040년 5800억달러(75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우주인터넷 사업에 진출하고 위성수신안테나 등 관련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화그룹 우주사업에서 우주발사체 분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5년간 우주사업에 참여하면서 대한민국 우주경제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2022년 12월에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을 담당할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됐다. 누리호 고도화사업은 누리호 반복 발사와 기술이전을 통해 민간 주도 우주개발을 이뤄내기 위한 국내 발사체 사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3기의 누리호 제작을 주관한다. 또 2025년 누리 4차발사부터 2027년 6차발사까지 모두 참여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발사운용 등 관련기술을 이전 받을 예정이다.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는 기존 우주발사체 제조를 넘어 발사서비스 사업 등으로 우주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를 배경으로 지난해 국내 최대의 민간 발사체 연구개발(R&D)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연구센터’를 대전에 설립했다 최근에는 누리호를 포함한 후속 발사체까지 제작할 국내 최대 규모의 단조립장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했다.

대한민국이 우주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신념으로 인재 발굴부터 육성, 채용의 전 과정도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10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과 함께 ‘발사체-위성-위성서비스’로 이어지는 국내 유일 우주사업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민간주도 우주경제를 확대하 나간다는 계획이다. 자체 발사수요를 확보하고 한화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세계 우주산업은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바뀌었다”며 “해외발사체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신뢰성과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발사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용절감과 함께 해상발사체게 해외발사장 등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대전·용인 =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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