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개편·개발공약에 묻힌 ‘지방자치’

2024-02-23 13:00:01 게재

4년 전엔 특례시 지방자치법 개정 이슈

이번 선거에는 수도권 집중 공약만 부각

시민단체 “지방분권형 개헌 당론 채택을”

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개발 정책·공약이 쏟아지면서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 이슈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전 21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후보들이 특례시 출범, 지방자치 강화 등 지방분권 공약을 내세웠던 모습과 대비된다.

23일 여야 정당과 지방분권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정부·여당은 서울확장·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개발이슈만 부각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울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대폭 해제하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철도지하화, GTX 교통망 확충 등 주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공약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20·21대 총선 때는 여야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을 비롯한 특례시 출범 등 지방분권 관련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완주(충남 천안을)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입성 시 1호 공약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천안시 특례 확대와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 등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었다. 김철민(경기 안산상록을) 민주당 의원도 주민자치회 주민조례발안 등 지방자치에 주민참여를 법률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인 수원 고양 용인 창원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은 공동공약으로 특례시 완성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22대 총선이 한달여 앞둔 현재까지 여야 정당 및 후보들이 내놓은 자치분권 관련 정책·공약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특례시 권한 미비, 지방의회법 신설, 주민자치회 법제화 등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약화된 내용은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야가 선심성 개발 공약을 남발할 경우 수도권 초집중,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지방분권·균형발전’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나섰다.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지난 19~20일 양일간 목포 카톨릭회관에서 토론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9대 지방분권 균형발전 실천 공약을 제시했다. 주요 실천공약은 인구균형발전부(분권균형발전부) 등 부총리급 정부부처 설치, 메가시티(광역연합) 구축 및 특별자치도 체계화를 통한 분권형 국정운영체계 추진,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 확대를 위한 관련법령 개정, 자치재정권 확대, 주민참여·주민자치 제도화, 자립·독립적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다.

앞서 개헌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초집중과 인구절벽·지방소멸이란 위협 속에 이를 타개해야 할 정치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총선 공약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체제, 수도권 일극체제 등을 바꿀 수 있는 헌법개정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균형발전 종합대책 수립과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 지방분권형 개헌 및 개헌절차법 제정 당론·공약 채택 등을 요구했다.

노민호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서는 각종 개발공약이 남발되면서 지방분권 이슈가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라며 “거대 양당이 포퓰리즘 정책에 매몰되지 말고 현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정치분권·지방분권 정책을 발굴·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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