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상업용 부동산 위험 증가”…대응 강화

2024-02-23 13:00:04 게재

시그나 그룹 파산도 영향 미쳐…은행 대출과 부동산 펀드 분석, 독일은행 작년 56개 줄어 1333개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금융당국들도 금융회사의 관련 리스크에 대한 감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은행의 CRE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자기자본의 30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 이후 최근에는 독일 금융당국이 상업용 부동산 위험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에 따르면 독일 연방금감원(BaFin)은 올해 중점 대응대상 7대 리스크를 선정하면서 ‘부동산 시장 조정으로 인한 위험’을 향후 위험 증가 사안으로 꼽았다.

BaFin은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해당 익스포저가 높은 일부 은행들에서는 스트레스 초기 징후가 감지되고 수익성 등에서 장기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험사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기준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총 투자자산의 8%)와 관련한 대손준비금을 많이 쌓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계속 예의주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1일(현지시각) 독일 로베르트 하벡 경제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독일 연례경제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금융회사들은 유럽의 대형 부동산그룹인 오스트리아의 시그나(Signa) 그룹 파산에 따른 영향도 받고 있다. 대형 주립은행인 헬라바(Helaba)는 시그나 그룹과 관련해 약 4억~6억유로(한화 약 8700억원), 바이에른LB(BayernLB)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립은행(LBBW)은 약 2억~4억유로, 노드은행(Nord/LB)은 약 1억유로 수준의 익스포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금융 손실에 대비해 Helaba는 1억7300만유로, BayernLB는 1억2700만유로, LBBW는 8300만유로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 독일 46개 보험회사들은 대출 또는 수익증권(부동산펀드) 투자를 통해 익스포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이 중 자본금의 1% 이상 익스포저가 있는 보험사는 9곳으로 알려졌다. 도이체 방크는 지난해 4분기 미 CRE 관련 대손충당금을 5배 가량 늘렸다.

같은 기간 독일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대비 13% 하락했으며 이 때문에 관련 익스포저가 높은 소규모 독일 은행들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독일 은행수는 1333개다. 유로존 전체 은행수의 34%로 가장 비중이 높다. 그 다음으로 이탈리아(431개, 11%), 오스트리아(423개, 10.8%), 프랑스(388개, 9.9%), 스페인(187개, 4.8%) 순이다. 독일 은행 수는 지난해 56개(4.0%↓) 감소했다. 2021년부터 2023년 연평균 58개가 줄었다. 이는 2020년 25개, 2010년 이후 연평균 2.8%의 감소 수준에 비해 속도가 빠른 것이다.

지난해 유로존 전체 평균 은행수 감소 비율은 2.8%, 주요국 감소 비율인 2.0~2.8%(이탈리아 2.0%, 스페인 2.6% 및 프랑스 2.8%)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BaFin은 리스크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 자산건전성 평가의 일환으로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은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면밀한 모니터링 및 대출과 부동산 펀드 지분에 대한 정기적인 분석을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보험사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사항을 고려해 투자행태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부동산 펀드부문의 리스크 및 유동성 관리에 대해서는 지난해 실시한 테마조사 내용을 올해 더욱 심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 밖에도 BaFin은 △상당한 수준의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 △국제금융시장의 중대한 조정으로 인한 위험 △기업들의 대출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위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이버 공격의 위험 △미흡한 자금세탁 방지로 인한 위험 △IT 서비스 아웃소싱 집중으로 인한 위험 등을 중점대응 리스크로 선정했다. 이중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은 향후 위험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에 기업의 대출채무 불이행 위험 등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물가·고금리, 대출기준 강화, 높은 임금인상과 경기부진, 비용 집약적인 기후중립 경제로의 전환,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코로나19 대응 관련 특별지원 중단 등은 독일 기업들의 대출채무 불이행 위험을 높이고 은행 등 금융회사에도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BaFin은 정기적으로 기업대출에 중점을 두고 대출사업 부문에 대한 특별검사 및 자산건전성 관련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심도 있게 진행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