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수출 중간재 편중

2024-02-27 13:00:22 게재

“양질 소비재 수출 늘려야”

한은, 대아세안 수출 특징

“중간재 중심 중국서 교훈”

수출을 위해 부산항에 적재돼 있는 컨테이너.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지역 수출이 지나치게 중간재에 편중돼 있어 소비재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중국 수출의 경험과 같이 지나치게 중간재에 편중하면 향후 이들 국가의 기술발전과 자급률이 높아져 구조적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젊은 노동인구가 많은 아세안 국가의 성장하는 내수시장도 방치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5개국 수출 특징 및 향후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아세안 5개 국가 수출의 60% 이상이 중간재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20% 이상 차지하고, 석유제품과 화공품, 철강 등도 각각 10% 안팎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식품과 의복 등 최종재는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중간재 편중은 대중국 수출에서도 비슷하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수출 가운데 중간재는 83.7%에 이르는 데 반해 최종재는 14.6%에 그친것으로 집계됐다.

아세안지역은 수출뿐만 아니라 현지 직접투자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드러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평균 대아세안 5개국가에 대한 직접투자는 제조업이 60%에 육박하는 데 반해 식료품과 의류 등의 최종소비재 관련 투자는 10% 수준에 그친다.

아세안 국가 가운데 베트남에 대한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아세안 5개국은 우리나라와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국가지만 베트남 한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

한은 보고서는 “중간재 위주의 수출구조는 우리 기업들의 대아세안 투자가 현지 소비시장에 대한 진출 목적보다 생산비용 우위에 기반한 수직적 생산분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직접투자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중간재 위주 수출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실제로 아세안지역으로 수출된 중간재는 역내에서 가공을 거쳐 주로 미국과 유럽 등의 최종 소비용도로 수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중국으로 수출돼 현지에서 중간재 용도로 가공돼 최종소비재로 미국과 유럽 등지로 다시 수출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공급망 구조는 2022년 기준 대아세안 중간재 수출의 절반은 역내에서 소비와 투자로 인한 부문에 사용됐지만, 나머지 절반은 미국(11%)과 중국(9%) 등지로 다시 수출되는 것에서도 확인됐다. 이는 아세안 역내에서 소비되는 비중이 2015년에 비해 7.7%p 감소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향후 아세안 수출은 양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현지 최종 소비재시장에 대한 경쟁 격화 등에 맞춰 투자를 늘려나가야 하는 과제가 제기된다. 한은은 “아세안은 5개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산거점의 역할이 갈수록 공고해져 지역내 경쟁은 더 격화할 것”이라며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에 힘쓰는 한편, 아세안 인구 및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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