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정책 ‘협력·경쟁’으로 전환 필요”

2024-02-28 13:00:20 게재

오동윤 원장 ‘보호·육성’ 기조 변화 요구 …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책 제시해야

“한국경제 역동성 회복을 위해 중소기업 정책기조가 ‘보호·육성’에서 ‘협력·경쟁’으로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원장 오동윤)은 2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호텔에서 ‘2024 글로벌환경 변화와 중소기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왜 중소벤처기업인가’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 오동윤 원장은 “한국경제 저성장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 역동성 회복이 절실하다”면서 중소기업정책의 과감한 변화를 강조했다.

오 원장은 현재 한국경제 상황을 ‘경기침체’가 아니라 ‘저성장’이라고 분석했다. 원인으로 ‘역동성 소멸’을 꼽았다. 60년간 한국경제를 급성장시킨 동력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역동성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지난 60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국내총생산(GDP)는 1962년 세계 38위에서 2022년 13위에 올랐다. 1인당 GDP 규모는 같은기간 90달러에서 3만2410달러로 360배 커졌다. 6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수출도 6836억달러로 1만1393배 증가했다. 중소기업도 1만5000개에서 771만개로 늘었다.

오 원장은 한국경제 급성장의 동력으로 △정부의 산업정책 △국민의 헌신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꼽았다. 정부는 한정된 자원을 핵심 산업과 대기업에 집중 투여했다. 국민은 최장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이 27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왜 중소벤처기업인가’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제공
하지만 이제 개발성장시대의 성장동력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대기업 중심 생태계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대-중소기업간 격차에서 근로자 계층 지역으로 양극화는 확대되고 있다. 융복합시대에도 특정 산업에만 집중하면서 산업 전반에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오 원장은 “골드만삭스는 주요 국가 실질GDP 성장률 예측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기업의 역동성 회복이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산업정책에서 기업정책으로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낙수효과를 기반으로 한 정부주도 산업정책을 시장중심 기업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업이 원하는 시혜성 지원정책보다 시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원장은 “하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기업정책을 통해 제2의 삼성, 제3의 삼성으로 성장할 기업들이 많아야 한다”며 중소기업 역할을 강조했다. 강한 중소기업이 한국경제 역동성 회복의 기반이라는 의미다.

이를위해 정부에 중소기업정책의 과감한 전환을 주문했다. 오 원장은 현재의 중소기업 ‘보호·육성’ 기조를 낡은 패러다임이라고 규정하고 ‘협력·경쟁’을 제시했다. 단순히 대기업을 보조하면서 낙수효과를 누리는 중소기업이 아닌 협력과 경쟁을 통해 스스로 성장을 주도하는 주체로 서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 30.3%도 향후 20년 한국경제 성장원동력으로 중소기업의 역동성을 꼽았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22년 11월 실시한 ‘한국경제 및 중소기업 정책 관련 의견조사’에서다. 정부정책이 29.7%로 뒤를 이었다.

그는 “국민들도 중소기업 역동성을 원하고 있다”며 “정부와 연구계가 답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은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중소기업 수는 2만4000개(1966년)에서 771만개(2021년)로 늘었다. 지원사업도 2023년 기준 1646개다. 세게 최고의 지원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18% 미만이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23년 노동생산성 동향’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소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2%에 불과하다. 중소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도 대기업의 44.8%로 절반을 밑돈다.

디지털전환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성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 원장이 “과거의 단기대응 방식으로는 역동성을 회복할 수 없는 건 확실하다. 대변혁기라는 인식으로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다.

한편 오동윤 원장은 이번 특별강연을 마지막으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을 떠난다. 3월에 동아대 교수로 부임해 중소기업을 강의할 예정이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