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값 고공행진, 과거엔 어땠나

2024-03-05 13:00:22 게재

원자력 보급 기대감에 상승

장밋빛 예상 깨지며 곧 반전

원자력 핵심원료인 우라늄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수요는 커지고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정학적 갈등마저 불거졌기 때문이다. 우라늄을 매입해 비축하는 ‘옐로케이크’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160% 상승했다. 이와 비슷한 펀드 ‘스프롯 피지컬 우라늄 트러스트’는 2021년 출시 이후 119% 수익률을 기록했다. 헤지펀드들도 나섰다. 우라늄을 사재기하고 우라늄 옵션을 매입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UXC에 따르면 우라늄 현물가격은 2021년 1월 파운드당 30달러에서 최근 100달러를 넘어섰다. 16년 만에 최고치다.

카자흐스탄 북동부 산업도시 외스케멘의 한 우라늄공급업체 공장에 보관돼 있는 산화우라늄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우라늄 가격 초기 상승세 요인은 우크라이나전쟁이었다. 서방각국이 세계 최대 원자력기업인 러시아 ‘로사톰’을 제재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로사톰은 전세계 우라늄 농축 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지난해 7월 우라늄 생산국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9월엔 세계 최대 천연우라늄 공급업체인 카자톰프롬(카자흐스탄)이 원석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는 데 쓰이는 황산이 부족해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우상향했다.

서방 국가들은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은 42억달러를 투자해 우라늄238에서 우라늄235를 분리하는 시설을 공동건설하기로 했다. 로사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각국은 또 원전 확대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스웨덴은 2035년까지 원자로 2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2045년까지 10기를 더 짓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가동을 중단했던 원자로 3기를 지난해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은 8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자로를 가동했다. 중국은 향후 10년 150개의 원자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우라늄 가격상승이 당연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니제르는 세계 7위의 우라늄 공급국에 불과하다. 게다가 쿠데타로 인한 생산차질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세계 많은 국가들이 군수용으로 비축한 우라늄은 막대하다.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민수용으로 대거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기업들 역시 수년 동안 사용가능한 우라늄을 자체적으로 비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사례를 보면 수요 변동성도 컸다. 1950년대부터 ‘매우 저렴한 에너지원(too cheap to meter)’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됐지만 단 한번도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전세계가 원자력으로 전환할 적기라는 기대감에 우라늄 가격이 6배 이상 상승했다. 1979년 44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현재 달러가치로 198달러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후 유가가 하락하자 1981년 우라늄 가격은 절반으로 급감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급등세가 재연됐다. 원유공급 차질, 러시아 원유 비축량 감소로 석유정점론이 불거지면서 ‘원자력 르네상스’ 분위기가 확산됐다. 2003년 파운드당 10달러였던 우라늄 가격은 2007년 136달러로 급등했다. 하지만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치명타를 맞았다.

이번엔 다를지 관심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원자력이 진정한 친환경에너지로 자리매김하려면 투기성향의 일부기업이 아니라 주요 에너지기업들의 수요가 늘어야 한다. 그러려면 원자력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비용을 누군가 대신 지불하거나, 아니면 초기비용이 대폭 저렴해져야 한다”고 전했다.

다행히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세운 각국 정부가 초기비용을 지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많은 스타트업들이 모듈형 소형원자로를 연구중이다. 성공한다면 원자력 비용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원전에 가장 의욕적인 중국은 현재까지 비용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제는 특정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시장은 거의 항상 대안을 찾는다는 점이다. 코발트와 리튬, 니켈이 바로 그런 경우다. 우라늄이 그와는 다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라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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