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치솟는 증시…추락하는 기시다 지지율

2024-03-05 13:00:23 게재

닛케이지수 어제 사상 첫 4만 돌파

내각지지율 20% 안팎 … 퇴진 수준

일본 주식시장이 들끓고 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시경제의 선행지표인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정권담당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지만 기시다 정권은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평균지수는 4일 종가 기준 4만109.23포인트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넘어섰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4만314.64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 지수는 지난달 22일 3만9098.68로 1989년12월 말 기록한 전고점(3만8915)을 무려 34년 2개월 만에 경신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수 상승률은 20%를 넘어서 주요국 증시에서 트뤼키예(22%)에 이어 두번째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증시가 이처럼 뜨거운 데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에 따른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도쿄증시에서 2조6000억엔(약 23조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일본 기업의 높은 실적개선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도쿄증시에 상장된 일본 주요 기업의 올해 주당 순이익은 2022년 말 대비 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미국과 유럽 주요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전년 대비 4~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해 일본 기업은 상승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상승과 엔저 효과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1% 상승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591조엔(약 5230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일본의 명목GDP는 지난해 전년보다 6%나 상승했다. 엔저 효과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당 150엔대의 초엔저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거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엔저가 기업의 해외 수익을 끌어올리고, 물가상승으로 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기사다 내각 지지율은 계속 고꾸라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조사한 결과,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21%로 1월(23%)에 비해 2%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5%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아베 전 총리가 민주당에서 정권을 되찾은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내각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정당지지율에서 자민당에 대한 지지도 21%에 그쳐 1월(24%) 대비 3%p 하락했다. 자민당 지지율도 정권 탈환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 지지율이 30% 밑으로 내려가면 정권의 국정 장악력은 급속히 떨어지고 내각 퇴진의 위기에 몰린다. 특히 마이니치신문 2월 조사에서는 내각지지율이 14%까지 폭락해 이러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의 끝없는 추락은 올해 초 일본 정치권을 뒤집어놓은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의혹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아베파와 니카이파 등 자민당 내 주요 파벌이 수년간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당내 파벌을 해체하는 등의 강수를 뒀지만 민심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음달 예정된 중·참의원 보궐선거에 맞춰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국민생활에 대단히 중요한 예산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정치권 일각에서 다음달 보궐선거를 계기를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기시다 총리가 올해 회계연도(2024년4월~2025년3월) 예산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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