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가자 해안에 임시항구 지어라”

2024-03-08 13:00:04 게재

인도지원 확대 위해 군에 명령 … 지상전 격렬해 항구→육로 전달될지 의문

7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어린이들이 식량 배급소에서 받은 음식을 갖고 집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가자지구 해안에 임시 항구를 건설할 것을 미군에 명령했다.

항구 건설 작업은 가자지구 해안 앞바다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터인 가자 지구의 지상에 미군이 투입되지는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의회에서 진행되는 국정연설에서 이런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사전 브리핑에서 전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국정연설에서 가자지구에 항구를 건설하는 ‘긴급 임무(emergency mission)’를 수행할 것을 미군에게 지시했다고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임시 부두 형태의 항구는 매일 트럭 수백대 분량의 지원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항구 건설은 수주가 소요될 예정이며 키프로스에서 시작되는 해상 원조지원 통로 구축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은 항구 건설시 미군의 위치는 가자지구 해안 앞바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작전은 지상에 미군이 발을 디디지 않아도 된다”면서 “미군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해상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보고 받은 작전의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앞서 가자지구에서 구호 트럭 참사가 발생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항공 투하 방식의 구호품 지원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이날 요르단과 함께 항공기로 3만8000명분의 식량을 가자지구에 투하하는 3차 항공 지원을 실시했다.

미국 정부는 공중 투하를 통한 인도적 지원 실시 방침을 밝힐 당시 항공 지원에 더해 해상을 통한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항구 건설 지시는 이런 검토 결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과 군 관계자들은 일단 미국 선박으로 임시 부두를 건설한 다음, 일종의 임시 둑길에 연결해 구호품을 해안 가까이로 옮기는 방식이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 작업이 30~60일 이상 걸릴 것이고 항구 건설 계획을 수립하면서 이스라엘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건설이나 운영을 위해 직접 지원하거나 지원을 제공할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대부분 해역과 보안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승인이 필요한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규제하는 이스라엘 기관 COGAT의 샤니 사손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해상으로 전달되는 구호품이 가자 지구 육지 안쪽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해상으로 구호물품을 전달한다고 해도 이스라엘의 격렬한 포격과 남부의 지상전 때문에 트럭이 물품을 전달할 수 없어서다.

또 배송과정에 생기는 혼란도 여전히 문제다. 지난주 구호 트럭 행렬은 식량과 식수가 절실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덮쳐 이스라엘 군인들이 발포하면서 100명 이상 사망했다.

올 11월 대선에서 재선 도전에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급습 이후 가자지구를 보복공격하는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면서 아랍계 및 무슬림 미국인, 일부 진보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많은 진보적 유권자들은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비난하거나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출을 중단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분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겐 미시간주, 미네소타주 등 지역의 민주당 경선에서 확인된 이들의 민심 이반을 수습하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우선적 과제로 꼽힌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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