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형은행 부실 18%↑

2024-03-08 13:00:29 게재

지난해 4분기

8개 늘어 52개로

올해 1월 파산 직전까지 몰린 뉴욕커뮤니티은행(NYCB)이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10억달러 자본을 확충한 뒤 안정을 되찾은 가운데 부실상태에 놓인 미국 중소형 은행은 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7일(현지시각) “2023년 4분기 부실상태에 빠진 미국 은행 개수가 8개 늘어 모두 52개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FDIC는 또 신용카드 상환과 상업부동산 대출 연체가 상승하고 있다며 거의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FDIC 의장 마틴 그룬버그는 성명서에서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꺾이지 않고 있으며, 시장금리의 변동성과 은행의 상업부동산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커지면서 은행업계에 중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FDIC는 부실에 빠진 8개 은행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다. 다만 중소형 규모 은행이라는 점만 밝혔다. 부실 목록에 오른 은행들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660억달러, 은행업계 총자산 대비 0.2%였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미국 지방은행 부문을 강타한 지 12개월이 지났지만, 미국 은행업계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한편 1000억달러 넘는 자산을 보유한 NYCB는 당초 FDIC 부실은행 목록에 오른 은행은 아니었다. 이 은행은 지난 18개월 동안 경쟁은행 2곳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몸집을 2배 늘렸지만 상업부동산 포트폴리오 손실이 커지면서 올해 초 크게 휘청거렸다.

므누신 전 재무장관이 이끄는 리버트스트래티직캐피털과 허드슨베이캐피털, 레버런스캐피털파트너스, 헤지펀드 시타델 등 투자자들은 최근 NYCB에 10억달러를 공동투자하겠다고 밝혔다. NYCB는 또 통화감사원장을 지낸 조지프 오팅을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오팅 CEO는 7일 “NYCB가 아파트와 상업부동산 대출에서 손을 떼 다른 부문으로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와 상업부동산 대출은 뉴욕시의 엄격한 임차료 통제를 받아야 하는 동시에 NYCB 부실화의 핵심 이유였다.

므누신 전 장관과 오팅 CEO는 부실은행을 구조조정한 전력을 갖고 있다. 2008년 FDIC로부터 모기지은행 ‘인디맥’을 사들여 회생시킨 뒤 2015년 CIT에 매각했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은 “10억달러 투자를 받으면서 NYCB가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자본확충과 신임 경영진 선정은 NYCB에 숨쉴 여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현재 위기를 헤쳐나가는 NYCB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시켰다”고 평가했다.

NYCB 주가는 7일 오후장에서 8% 상승해 3.74달러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 주가 역시 올해 들어 6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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