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금리 실험, 역사 뒤안길로

2024-03-12 13:00:06 게재

마지막 남은 일본도 조만간 금리인상

일본은행이 이르면 다음주 전세계 마지막으로 남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폐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파격적인 정책실험이 일본을 끝으로 모두 종료된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은 현재 -0.1%인 일본 기준금리가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4월엔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럴 경우 2007년 이후 일본 최초의 금리 인상이 된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금리제와 더불어 국채와 주식을 대거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그 결과 일본은행 대차대조 규모는 일본 GDP의 127%에 달하기도 했다. 양적완화와 마이너스금리로 엔화 약세를 유도했고, 디플레이션이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의도했던 인플레이션 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공급 충격이 닥치고 나서야 이뤄졌다.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내고 현재 미즈호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마 가즈오는 “마이너스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해외에서 닥친 가격 압력에 따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이어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유로존에서도 마이너스금리를 채택했다. 2010년대 디플레이션과 싸우면서다.

블룸버그 글로벌채권종합지수에 따르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채권은 2020년 말 18조400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그 후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마이너스금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2022년 9월 스위스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일본이 전세계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국가로 남았다.

마이너스금리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마이너스금리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스위스중앙은행 토마스 조던 총재는 지난해 “마이너스금리 정책의 가치가 입증됐다”며 “필요한 경우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스웨덴중앙은행 릭스방크는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이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2019년 말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격화되던 2020년 3월에도 0~0.25%의 기준금리 범위를 유지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마이너스금리 관련 논문에서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행할 경우 비생산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마이너스금리가 통화가치를 약화시키는 데 유용할 수 있으며, 이는 스위스중앙은행과 덴마크중앙은행이 목표로 했던 바”라고 분석했다.

지난 수년 동안 미국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엔화 가치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입비용이 상승하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에 부담이 됐지만, 일본의 전체 기업이익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데엔 큰 도움이 됐다. 기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 닛케이225지수는 연일 고점행진을 이어갔다.

블룸버그는 “마이너스금리 종료가 가시화되자 일본의 일부 대형 은행들도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경제학자들은 일본이 마이너스금리에서 벗어나더라도 당분간 기준금리는 제로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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