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된 ‘바이든 특검’ 청문회

2024-03-13 13:00:01 게재

한국계 특별검사에 아전인수 공세 … 공화 “이중잣대” 민주 “왜 기억력 거론”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가 12일 워싱턴 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허 전 특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부당 취급 혐의를 조사했다. UPI=연합뉴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개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유출 및 불법보관 의혹 사건 청문회가에서 공화·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로버트 허(51) 전 특별검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해당 수사를 맡았던 허 전 특검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수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기간과 장남 사망 연도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기술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해 10월 8~9일 이틀간 약 5시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허 전 특검은 청문회 출석 전날인 11일 특검직에서 사임해 민간인 자격으로 의원들 질의에 답했다.

공화당원인 허 전 특검은 이날 ‘불기소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기억력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양당 의원들의 공세는 내내 이어졌다.

이날 4시간 이상 진행된 청문회에서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잭 스미스 특검이 수사한 기밀 유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사실을 거론하며 특검의 바이든 대통령 불기소가 ‘이중잣대’이며 정치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직 후 고의로 기밀자료를 보유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었음에도 기소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톰 맥클린톡 의원(캘리포니아)은 “확연한 이중잣대”라며 “도널드 트럼프는 당신(허 특검)이 조 바이든이 했다고 문서에 적시한 내용과 정확하게 같은 행위(기밀 유출)로 기소됐다”

특검이 보고서에 적시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파고든 의원도 있었다.

스캇 피츠제럴드 의원(위스콘신)은 “당신의 보고서로 보면, 당신은 대통령이 노망든 것(senile)을 발견했는가”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거론했다. 허 특검이 이를 부인하자 피츠제럴드 의원은 “대통령의 기억력 부족이 기소를 하지 않은 핵심 이유라면 당신은 대통령이 재판정에 설 만큼 건강하다고 본 것이냐, 아니면 변호인이 대통령의 정신상태 때문에 재판을 받을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냐”라고 캐물었다.

이와 반대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허 특검이 보고서에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날을 세웠다.

애덤 쉬프 의원(캘리포니아)은 허 특검에게 “그 표현(기억력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담지 말았어야 했다”며 “당신의 말이 가진 파괴력을 이해하고 적시했음에 틀림없다”고 몰아세웠다.

또 메리 게이 스캔런 의원(펜실베이니아)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질문에 정확한 기억을 살려내지 못한 장면을 모은 영상을 상영하며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여러 해 지난 일을 질문받으면 기억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고 지적했다.

허 전 특검은 수사 결과 보고서에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능력 문제를 적시한 데 대해 “왜 불기소 결정을 내렸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면서 “내 결정이 신뢰를 받게 하려면 단지 불기소하면서 그것으로 ‘끝’이라고 선언하는 것으론 부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직을 마친 뒤 민간인 신분으로 기밀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혐의의 ‘범죄 의도’와 관련,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 수준의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기소 판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허 특검이 공화당 당적을 갖고 있고,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메릴랜드주 연방지방검사장으로 임명됐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수사보고서의 결론이 정치적 당파성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 특검은 “당파적인 정치는 내 업무의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며 “정치는 내 수사의 모든 단계에서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 기억력에 대한 특검 보고서상의 내 평가는 필수적이었고, 정확하고 공정했다”면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믿은 것’과 ‘배심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믿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들을 기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불기소 결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완전한 면죄부’를 받았다는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은 보고서가 말하는 바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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