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사시 합격’ 오세범, ‘YWCA 위장결혼식’ 재심 무죄

2024-03-13 13:00:03 게재

법원 “계엄 포고 위헌, 공소사실 범죄 안돼”

“오래 동안 외부 편견의 족쇄 풀려난 느낌”

오세범 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43기)가 44년 만에 열린 YWCA 위장결혼식의 계엄법 위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12일 지난 1979년 명동 YWCA 위장결혼식 사건으로 계엄법 위반혐의를 받아 징역형을 확정받고 복역한 오 변호사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계엄 포고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돼 위헌”이라며 “오 변호사의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계엄 포고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현행 헌법은 물론 당시 유신헌법도 위반한 무효의 포고였다는 취지이다.

YWCA 위장결혼식 사건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자 전국적으로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부풀어 올랐지만 계엄령으로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 게 발단이었다. 이에 1979년 11월 24일 민주인사와 청년학생들이 대통령직선제를 이루자는 열망으로 명동 YWCA에서 결혼식을 가장해 집회를 연 시국사건이다.

오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1981년 5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고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던 중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앞서 오 변호사는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7년 4월 유신헌법 철폐 등을 요구하며 학내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옥중에서 또 유신헌법 철폐와 민주주의를 외치다 다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오 변호사는 1979년 8월 15일 형집행정지로 출소하기까지 2년 4개월 동안 복역했다.

오 변호사는 출소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하다 내일신문 업무지원실장, 법무법인 사무장 등을 거쳐 2011년 5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나이 56세로 합격자 706명 중 최고령이었으며 사법연수원 43기 자치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오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법률상담지원단의 중앙지원팀장을 맡아 유가족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다른 변호사들과 릴레이 단식을 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그동안 법치주의가 권력자의 자의가 아니라 권력행사에 대한 법치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40년이 지나고 있다”며 “이제 이 계엄법위반 사건이 무죄가 돼 개인적으로는 민주주의의 무거운 훈장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오래 동안 외부 편견의 족쇄에서 풀려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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